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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Oct 20. 2023

나이에 민감한 한국사람들

혹시 몇 살이세요?


20대 때까지는 서구권 문화라면 다 좋아 보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는 서양사람들.

몇 살인지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삶이 그저 행복해 보였다.

서양권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만 나이 15살에 미국에 가서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은 나 한 명뿐인 곳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무의식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비교게 된 것 같다.


외국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한테 다짜고짜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오면 나한테 나이를 먼저 물어본다. 한국에서는 왜 나이를 그렇게 따지는 건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이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만나서 내 나이를 먼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뭔가 무례하다는 생각도 했다. 동시에 나이 아니면 말할 게 그렇게 없나 섭섭까지 했다. 한국사람들만 나이에 민감한 줄 알고 살았다.


철이 좀 들고 나서 서른에 캐나다에 다시 올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이곳에서도 서로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나이를 신경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캐나다 사람들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나이가 들수록 동시에 생기는 막중한 책임감을 앉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직장동료 겸 싱글맘인 Shawnee. 흑인 남편과 결혼한 네 살, 다섯 살 혼혈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백인여자다. 나를 만난 이튿날  나보고 결혼했냐며 몇 살이냐고 물어봤다. 내가 나이를 말하자 놀라워하면서 어쩜 그렇게 나이에 비해서 동안이냐며 신기해했다. 자기는 서른다섯에 애를 낳았고 출산 후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자기가 나이에 비해 들어 보이는 게 싫다고 올해가 천천히 가게 해줄 수 있냐는 농담을 하래 서로 깔깔 대고 한참을 웃었다.


한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인도나 스리랑카 같은 서남아시아에서는 문화 특성상 하자 없는 여자라면 늦어도 스무다섯 살 전에, 괜찮은 남자는 서른을 넘지 않는 나이에 무조건 혼인을 해야 하는 것 암묵적사회적인 통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있는 인도 친구들 내가 몇 살인지, 결혼을 했는지 궁금해한다. 나보다 한참 어린 스무 살 초중반 친구들 중에서는 이미 인도에서 결혼을 다 하고 배우자 비자 신청단계까지 들어간 애들이 많다. 가능한 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은 것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 사람들만 유독 나이에 예민한 줄 알았더니 나이를 따지는 문화차이, 정도에만 차이가 있었을 뿐,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상관없이 어린것 자체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늙는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니.

'나만 늙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던 것이 아니었구나'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가 보다.


나름 어릴 때부터 외국생활을 좀 했던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온 나였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가 이리 좁았나 싶다.


나만의 생각에 갇혀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철없고 얄팍했던 나의 어리석은 사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있다.


나는 이래나 저래나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겪으면서 비로소 시야를 넓혀야 하는 유형의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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