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지 않으면 외롭고 하면 괴로운 제도
결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어려운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어쩐지 부러운 마음이 스며든다. 하지만 '결혼지옥',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문득 생각이 바뀐다.
결혼이란 제도는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꼭 필요한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결혼을 하면 괴로울 수 있지만, 하지 않으면 평생 외로울 수 있다고. 그렇다면 외롭지 않으려 성급히 결혼한 사람들은 괴로움과 외로움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혼 자체보다, 결혼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선택 때문 아닐까. 결혼을 결심하기 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가? 외모, 직업보다 더 중요한 건 삶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혼자가 더 편한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비혼 여성들의 브이로그를 찾아본다. 그 속의 삶은 꽤 단단하고, 의외로 평온하다. 한국에서 아직 ‘비혼’은 주류는 아니지만 점차 그 인식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결혼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위로를 받는다.
출산 기피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캐나다에서도 많은 20~30대가 결혼은 해도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애 안 낳을 거면 왜 결혼해?” 라는 질문은 익숙하다. 결혼 다음엔 자연스럽게 ‘출산’이 따라오는 구조 속에서 나 역시 육아 관련 콘텐츠를 습관처럼 찾아보게 된다.
내 친한 동료 조던은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부부다. 그녀의 휴대폰엔 남편 사진으로 가득하고, 왼손 약지엔 반짝이는 결혼반지가 반짝인다. 조심스레 아이 계획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이 세상은 그렇게 좋은 곳 같진 않아.
그래서 우리는 애 없이 살기로 했어.”
아이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조던의 당당함이 멋졌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결혼이 아이로 완성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물론, 딩크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를 안 낳기로 했다면 주변의 ‘잔소리’는 감수해야 하고,
혹여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아이를 갖게 되면 자녀 양육에 대한 깊은 대화는 필수다.
“애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에 “애 안 낳는다고 어른이 아닌 건 아니야” 라고 당당히 맞서야 하는 것도 딩크의 몫이다.
내가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른다. 결혼을 할지, 아이를 낳을지, 혹은 혼자 살아갈지.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결정한 삶이라면 그 선택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중요한 건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자기 삶의 책임을 온전히 끌어안는 것 아닐까. 오늘도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