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내게 준 교훈

독고다이는 얼어죽을

by K 엔젤


한국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1살을 먹고, 생일이 지나면 한 살씩 더해가던 나이 계산법이 있었다. 하지만 2023년 6월 23일부터 '만 나이'가 공식적으로 적용되면서, 이제 한국 사람들도 나이를 말할 때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게 되었다. 그 덕에 이제 모두가 '한국식 나이'보다 1~2살씩 어려진 셈이다.


원래라면 34살이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아 2살이나 어려진 32살이 되었다. 만 나이를 적용하면 한두 살이 어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앞자리가 '3'인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도록 엄마의 교육을 받았나 보다. 이제는 '30대'라는 나이에 감수성이 예민해져, 밤만 되면 온갖 공상에 빠져들고, 불면증을 겪으며 감수성 예민한 30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이 먹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깊게 알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많이 겪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캐나다에서 살아가며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 할 때, 나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나의 약점이 철저히 드러나는 부끄러움도 자주 느끼고 있다.


오늘의 화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이다. 온갖 잡념과 망상이 나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깊은 밤, 외로움이 찾아오면 건강했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년에 건강하고 젊어 보이기만 했던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내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소중한 사람들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선명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삶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잘났든 못났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 같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오히려 그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죽음은 이미 정해진 일이고 내 인생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에, 나는 매일 명량하게 살게 된다.

불안해하며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앞만 보던 나의 모습도 언젠가는 사라질 안개와 구름처럼,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가능한 한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죽음이 내게 알려준 인생의 교훈이다. 어쩌면 내가 아플 때 나를 케어해줄 사람은 가족이 아닌 타인일 수도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병실에 계셨을 때, 할아버지를 밤낮으로 돌봐주신 분은 가족이 아닌 간호사들이었고, 할아버지 발인에서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신 분은 내가 아닌 이모, 삼촌, 사촌동생들이었다. 할아버지가 완전히 떠나시는 49제 마지막 날, 우리는 절 관계자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 모두가 할아버지 곁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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