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도사람들에게 잘 모를 때 학교에 인도인들이 너무 많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투덜 댄적이 있다. 한번은 그룹 프로젝트를 하는데 토픽을 정하려고 만나자고 해도 일해야한다며 조별모임도 안나와서 내가 다 도맡아 했는데 발표날이 되니 유창한 언변으로 마치 자기가 엄청난 기여를 한듯이 뽐내서 나랑 같은 점수를 받는 애들을 보고 기가 찬적이 있다. 내가 숙제를 열심히 하는 애라는 걸 알자 자기가 돈을 줄테니 나대산 과제를 대신해달하고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가 얼마 줄 거냐고 물어보니 점수받는거에 따라서 다르지 않겠냐면서 점수보고 정한다고 뻔뻔스럽게 대답하는 애도 많이 만났다. 그런 애들이 전화를 해오면 나는 결국 몇분도 안걸리는 숙제하나 해주는게 얼마나 큰 일이냐고 무일푼으로 해주게 된다. 더웃긴건 내가 숙제를 한번 해주면 자기 친구도 같은 수업 듣는데 친구것도 부탁하는 애도 있다.그 후로 나는 학교에 인도사람들이 많은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남자친구가 인도인이니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줄 줄 알았다. 오히려 이야기를 듣더니 나보고 racist라고 했다. 나는 단지 공감과 위로를 바랬을 뿐인데. 남자친구의 눈엔 저마다 다 다른 성향이 있는데 내가 인도사람들을 모두 다 싸잡아서 욕을하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왜 부모님한테 내 소개를 안할까
사귀고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왜 자기 태그 하냐고 자기는 부모과 가족이 너랑 사귀는 걸 아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몇 번 만난 남자친구의 친구도 친구추가에 뜨길래 친구신청을 걸었더니 공통친구가 되면 자기랑 나랑 사귀는 게 순식간에 가족들한테 퍼진다며 친구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인도남자친구가 있는 다른 한국인언니한테 내 남자친구에 대해서 말을 해봤더니 자기 남자친구는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부모님한테 인사드렸다며 인도애들은 결국 연애 따로 결혼은 결국 조건 좋은 인도여자랑 할 거라면서 남자친구를 조심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별거 아닌것에 민감한 남자
내가 흰머리가 많다면서 몇 개 뽑았더니 다짜고짜 왜 자기 허락도 없이 흰머리를 뽑냐고 한다.나는 너를 생각해서 뽑아준 건데 서운하다고 했다. 또한 남자친구가 자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서 머리를 한대 치니까화를낸 적이 있다.
엄청 보수적인 인도 양반층 "구자라티" 사람들
또 한 번은 핼리팩스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내가 샤워하고 나서 몸만 두르고 화장실 바로 앞에 있는 방으로 들어왔는데 남자친구는 나에게 왜 샤워하러 들어갈 때 옷을 안 챙겨 갔다며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화장실 바로 옆이 친구 부부의 방인데 혹시라도 내가 노출하고 있는 모습으로 마주치면 당황해할 수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신경 써달라는 말이었다. 고등학교 때 미국인 가족들과 같이 살 때는 샤워 후 그냥 몸만 타월로 두르고 인사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역시 보수적인 인도사람들, 게다가 친구는 인도 계급 중 구자라티라는 상류층 충신들이니 자기 집에서 몸을 보이는 게 천박하고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지만 내가 먼저 실수한 것 같다고 남자친구에게 사과를 했다.
음식 문화 조차 너무 다른 한국과 인도
같이 지내면서 부침개와 오뚜기카레를 많이 해 먹었다. 인도에는 오뚜기 카레가 없다. 인도에 사 케레와 한국사람들이 먹는 카레는아예 다르다.
그리고 부침개.부침개는 하기도 쉽고 속에 들어가는 재료만 바꾸면 되니 다양한 방법으로 해 먹었다.
한 번은 3일 연속 부침개를 해 먹는 나를 보고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한마디를 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얼마나 요리하기 귀찮으면 이러겠냐"
그리고 네가 한 음식이 얼마나 내 입맛에 안 맞음 내가 하겠니 하면서 좀 내입장도 생각 좀 해주라고 그런 적도 있다.
나는 향이 심하게 나는 인도 요리를 별로 안 먹고 싶어도 먹어야 하고 남자 친구가 요리해 주는 걸 먹어야 하고.한 번은 내가 오뚜기 카레를 3 연속으로 만드니 인도애 서는 오뚜기 카레 안 먹는다며 구시렁구시렁.
난 군말 없이 해준음식윽 먹는데 얘는 내가 하는 음식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할 땐 참 난감하다. 그러면서 또 먹기는 잘 먹는다는 거.
다행인건 인도사람들은 보통 채식주의자인데 내 남자친구는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먹고 음식을 가리지않고 다 잘먹는다는 것. 채식주의자면 못 사귀었을텐데 그래도 식성이 비슷해 같이 먹고싶은게 있으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겨하니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에 감사하다.
왼쪽은 한국 오뚜기 카레 오른쪽은 인도향신료가 들어간 인도카레
남자친구는 주말에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는다. 일요일 저녁엔 인도음식을 먹자고 하면서 데려가지만 나는 건강을 엄청 챙기기 때문에 기름기 많고 지방과 탄수화물로만 구성된 인도음식을 가능하면 안먹으려고 한다.
하필이면 디저트 문화가 먼저 생긴 나라가 인도다. 인도사람들은 손님을 초대하거나 특별한날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다. 디저트는 또 어찌나 단지. 한입 베어먹으니 당뇨가 벌써 생긴 느낌이다. 나는 설탕을 많이 안 먹으려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인도음식점에서 디저트를 서비스로 받으면 좋다고 하면서 디저트 한 접시를 다 비운다.
나는 평소에도 고구마를 쪄서 저녁으로 먹는데 눈치 없이 인도디저트라며 먹으라고 한 개씩 건네주는 남자친구를 보면 남자 들이란 왜 이렇게 단순한 걸까 참 여자랑은 절대 맞으래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없는 돌연변이 인도사람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남자친구는 무교이다. 그래서 한국교회를 같이 가자고 계속 조르고 졸라야만 한번 가줄까 말까다. 그저께는 나를 교회 문앞에 데려다주고 자긴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하나님도 안믿을뿐더러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 가기 싫다고 한다. 나는 가끔 드왈리나 홀리같은 인도 전통 행사가 있으면 가기싫어도 남자친구를 생각해서 참여하려고 노력하는데 한국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듯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기운이 쭉 빠진다.
몇 주 전에는 저녁에 남인도 음식이 당긴다며 인도음식점에서 감자 도사를 시켜 먹었다. 밤늦게 먹는것도 짜증나는데 인도 세프가 음식 하는 방법 몰라서 1시간을 늦게 음식 줘서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 사과하면서 준다는 게 설탕이 듬뿍 들어간 티를 주는 것이다. 나는 그 티를 안 먹고 다른 컵에다 부어버렸다.
신경 써서 우리한테 만들어주는데 왜 음식을 버리냐고 화를 버럭 낸다.
그리고 자기는 내가 먹는 것에 대해 간섭 안 하는데 왜 자꾸 이거를 먹어봐라 저거를 먹어봐라 강요하냐고 하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러면 너랑 못 사귄다면서 몇 시간을 화가 난 채로 있는 남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