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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행 Dec 08. 2024

뼈 때리는 캐나다 이민 이야기(1)  

매우 긴 사설로 시작하노니

뼈 때리는 캐나다 이민 이야기(1) - 매우 긴 사설로 시작하노니 


 2024년 12월. 캐나다에서 이상하리만치 춥지 않은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나는, 약 1년 전 이곳으로 건너와 국제학생으로 용접 실기교육 1년 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졸업 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위해(PGWP 신청) 한 달 정도를 소비했는데 하필 그 무렵 관련 시행령이 바뀌면서 이전에는 하지 않아도 됐을 몇몇 귀찮은 일들을 추가적으로 해야만 했다. 한 숨 돌리고 나서 호기롭게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지만 좀처럼 연락이 없고 점점 조건이 안 좋은 회사 즉, 최초 목표물 설정시 7,8순위에 대충 적어놓은 이름-설마 저기까지 가겠어 라고 했던-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곳도 충분히 좋은 곳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랑의 최면을 걸고 있다. 그래, 이건 좋은 회사를 고르는 과정이 아니었어. 내가 다닐 수 있는 회사가 곧 좋은 회사인 거야.


 구직자의 시간은 잔인할 정도로 느리게 흘러간다. 마치 현장을 급습한 수사관들이 건물 내의 모든 방문을 한번 씩 열어보듯이 시커멓게 뭉쳐서 떠다니는 불안 덩어리가 내 감정의 촉수를 하나도 남김없이 콕콕 찔러보면서 지나간다. 그러면서 또 다른 두려움이 등 뒤에서 외풍처럼 다가오는데,  내가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고 욕심을 줄이면 언제든지 취업이 가능할 거라고 ‘근거 없이’ 자신했던 회사들조차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물론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구직 과정에서의 견딜 수 없는 초조함을 잠재우기 위해서이다. 글쓰기만큼 나를 삼매로 끌어당기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고 지금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나는 전 과정을 혼자서, DIY 정신으로 돌파했다.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았단 얘기다. 심지어 공인 영어시험(IELTS) 학원도 안다녔다. 조금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번역 공증도 안했니?”라고 물을 텐데 그것도 업체에 맡긴 적이 없다. (내가 국제학생으로 캐나다에 오기까지 제출해야했던 여러 서류 중에서 사실상 공증이 필요한 문서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업체들이 필수 요구사항이 아니었공증을 번역 서비스와 패키지로 묶어서 과금하고 있다.) 대행업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이민 관련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정보, 꿀팁을 값없이 공유해준 사람들 덕택에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이민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사람이란 게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마음의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지나간 과정의 후기를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전까지 최고조에 달했던 스트레스가 일거에 해소되면서 맥이 풀려버리니 모든 게 귀찮아지기 마련이거든.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체끼가 올라오기도 하고. 네티즌의 조언에 힘입어 이러 저러한 난관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나 또한 성공한 이후에는 새로 발견했거나 재확인한 정보들을 공유하여 뒤잇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트워크로부터 받은 수혜를 네트워크에 되돌려준다고나 할까.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인가.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다 좋은데, 이 녀석은 뭐 이리도 서론이 길어?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흩어져 있는 정보의 조각들을 모으고 이러저러한 카더라 통신에 대한 개별 확인을 신속히 마치고 그것을 바탕으로 원대한 출정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한가하게 남의 수필을 읽을 시간은 없다고. 빨리 실용적인 단답형 정보를 얻고 웹브라우저에 모듬회처럼 쌓아놓은 다른 탭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그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자신의 체험을 길게 써놓은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혹시라도 너무 현실적으로 이민의 실상을 폭로하는 것은 일부러 외면하게 된다. 활활 타오르는 내 환상의 불꽃에 찬물 끼얹지 마!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내 장밋빛 미래를 지우지 말라고!       


 한국인의 캐나다 이민은 그 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이뤄지면서 이제는 충분한 경험치가 축적되었다고 생각한다. 키워드를 잘 돌려가면서 검색해보면 웹에서 원하는 정보를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정보제공 차원에서 보자면 나의 체험담은 그저 기존에 알려진 정보들을 최신 버전으로 재확인하는 정도일 것이다. 나의 글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여러분의 미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데, 구체적인 팁이나 방법론 보다는 배경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덜 실제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 전체를 바라보는 어떤 관점을 획득하게 되면 우연히 얻어낸 파편의 정보라 할지라도 그것을 잘 조직해내어 자신만의 판단기준을 세우고 구체적 계획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 대충 몇 마디 말만 들어도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거기에 허점이 있는지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민은 기존의 삶의 조건을 완전히 갈아엎는 엄청난 도전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환상에 의한 견인이 필요하다. 착각을 동반하지 않고서 이 미친 짓을 해내기는 매우 어렵다. 故정주영 회장의 기운을 소환하여 “안 되는 쪽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든 되는 방향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설령 환상의 로켓이 제공하는 추진력을 일정 정도 깎아먹을 지라도 적나라한 현실을 무겁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책 없이 덤볐다가는 자칫 시간 잃고 돈 잃고 국제 떠돌이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민 시리즈의 큰 제목을 통해서 밝혔듯이 나는 다소 시니컬하게 내가 목도한 현실을 묘사할 생각이다. 그러나 뼈를 때려서 주저앉히려는 것이 아니라 견딜만한 강도로 툭툭 건드려 나중에 그것이 크게 부러지는 상황이 없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희망 넘치는 착각과 거기서 떨어지는 열매를 보드랍게 받아내는 섬세한 비관,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이민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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