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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행 Dec 12. 2024

뼈 때리는 캐나다 이민이야기(2)

잊지 말아야 할 대전제

뼈 때리는 캐나다 이민이야기(2) - 잊지 말아야 할 대전제 

     

 한 국가가 이민자 또는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 다양한 이유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분야를 외국인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 더 이상 자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오지 않는 작업장을 떠올려 보자. 이를테면 밭에서 농작물 캐다가 마대에 담아서 트럭으로 나르는 일. 오전만 일했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점심 먹고 냅다 도망치게 되는 그런 일. 높은 시급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교훈을 정수리에 박아준 개쉣 극한직업들. 이 일을 계속해봤자 더 나아질 것도 없고 미래가 깜깜한 비숙련 저임금 직종들(구체적으로 열거하면 종사자들 자존심에 금 갈까봐 언급 안하련다).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암담한 생산시설들. 3년 이상 하면 암 걸릴 확률이 3000% 증가할 것만 같은 일들. 이런 곳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치’된다.  


“일 자체는 험할 수 있고 각기 분명한 단점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러분의 출신국 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사회체제, 치안, 생활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노비 자식들이 팔자 고칠 수 있는 저렴한 교육환경도 포함되지요. 잘 생각해보시고 지원해주세요. 저기 끄트머리에 당신이 앉을 만한 자리가 있네요. 살펴보시고 해볼 만하다 싶으면 시작해주세요. 우리 서로 윈-윈 해봅시다.”   

   

 이것이 이민-게임의 법칙이다. 도전자들과 해당 정부와의 구두계약이랄까. 이민법이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해도, 나라마다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도 위에서 언급한 기본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것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또한 쉽게 무시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민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 불만족은 이 구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했더라도 끝끝내 무시하는 데서 기인한다.       

      

 개발도상국 중위계층으로 사느니 잘 사는 나라의 하층민이 낫다-는 계산식은 오늘날 한국과 캐나다 사이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무턱대고 이민을 가봤자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특히 화이트칼라의 경우, 국경을 넘는 순간 기존의 맥락(학벌, 경력)이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면서 한 없이 추락하는 자신의 몸값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 영주권 취득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적정 소득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영주권 취득은 전체 이민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삶의 질을 책임져주는 것은 높은 급여이지 영주권의 유무가 아니다. 한국에서 ‘영원히’ 거주하는 것이 가능한 당신이 당장 내일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말을 하게 되고 최저임금만 겨우 받는 일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게 당신이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하는 시점에 맞닥뜨리게 될 상황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캐나다에만 가면 중산층의 삶이 거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몸에 지니고 있는 기술이 없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여전히 유효한 이민 전략은, 블루칼라 노동자가 캐나다로 넘어가는 것이다. 5년차쯤 되는 기술자라면 영어가 좀 부족하더라도 도전할 만 하다. 나는 그것을 윈-윈 거래라고 생각한다. 같은 업무를 수행했을 때 적어도 경제적 보상 면에서는 캐나다 쪽이 훨씬 낫고 마음만 먹으면 ‘저녁이 있는 삶(feat. 적당한 실질임금)’을 얻을 수 있다. 실전 경험이 충분한 기술자들은 몇 천 만원을 쓰더라도 신뢰할만한 업체를 통해서 취업-영주권 코스를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중간과정까지만 이끌어주는 애매한 서비스 말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확실하게 끝까지 매듭지어주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력 있는 기술자들은 캐나다에서의 근로소득으로 이민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캐나다 이민 상품의 구매자가 대부분 화이트칼라 출신이라는 것이다. 막상 국제노동시장에 자신을 세일즈 하려고 보면 이렇다 할 차별성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그런 사람들. 이들의 경우, 전향적인 자세로 블루칼라 노동자로의 삶을 택하지 않는 이상 캐나다 이민을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본다. 물론 자영업도 가능한 선택지이지만 장사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인지라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도전 정신을 꺾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잘 하던 일을 캐나다로 옮겨가도 될까 말까인데 갑자기 이것저것 쑤셔대면서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신감의 발로라기보다는 다른 직업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고 봐야한다.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언제든지 ‘실기의 직업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태도도 문제다. 나는 이들의 밑도 끝도 없는 무례함과 상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떻게든 단기 속성과정으로 숙련의 과정을 적절히 때우고 넘어가려는 시도를 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고소득을 꿈꾼다. 이건 전략도, 마음가짐도 모두 틀려먹은 것이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럭저럭 어떤 기술을 속성으로 장착했다고 치자. 하지만 진입장벽이 그렇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손쉽게 대체 가능한 인력에게 고임금을 갖다 바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의 전환은 겸허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들 최소 3년 이상 어려운 근로조건을 버텨내면서 얻어낸 기술이다. 사금을 채취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손에 남겨진 작은 금조각 같은 기술이다. 체험교육 수준의 알량한 경험으로 해당 필드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면 큰 오산이다. 그건 안일함을 넘어선 무례함이며 타인의 노동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블루칼라로의 인식 전환을 ‘소울-트랜스’라고 명명하고 싶다. 코너에 몰려서 그제서야 허겁지겁 단기 속성과정을 깔짝거리는 태도로는 어림없다. 이민을 고민함에 있어서 대대적인 인생관의 재검토와 새로운 모드 설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농-공-상의 썩은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마음가짐부터 단단히 해야한다. (계속)           



p.s. 쓰고 보니 무슨 신문사 사설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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