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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21. 2022

비오는 날, XX놈

[신중하지 못했던 행동의 반성]

눈, 비 구경이 어려운 대구지만 메마른 땅에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감성적인 봄비로 다가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씨뿌리기 좋은 단비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전하는 입장에서 딱히 반갑지만은 않다.

차위로 쌓인 먼지를 씻어 내기에는 부족하고 시원하게 도로를 달리기도 불안하다.

특히 퇴근길 내리는 비는 더욱 반갑지 않다.


자기 평가이기는 하지만 나의 운전 습관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한다.

항상 방향지시등을 켜고 신호등이 있는 곳이면 속도를 줄인다.

꼬리물기를 하지 않고 무리한 끼어들기도 하지 않는다. (답답하다고 추월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안전거리는 항상 유지하고 과속하지 않는다.

이런 나를 보고 와이프는 항상 답답해한다. (와이프의 운전 스타일은 와일드한 편이다)




오랜만에 비가 오기도 했고 차에 쌓인 먼지는 자동차의 앞 유리창을 뿌옇게 흐렸다.

신호대기 중 워셔액을 뿌리기 위해 핸들 아래에 레버를 몸쪽으로 당긴다.


웬걸?

워셔액이 분사되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워셔액을 벌써 다 사용한 걸까?

몇 번이고 레버를 몸쪽으로 당기며 왜 워셔액이 분사되지 않는지 조급해진다.


그리고 곧 내가 몸쪽으로 당긴 레버는 핸들의 우측에 있는 레버가 아니라 좌측의 레버라는 것을 눈치챈다.


핸들 좌측의 레버는 상향등이다.

순간 뇌가 정지한 것처럼 몸이 얼어붙었다.


상향등의 순기능이라면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에서 시야를 확보하고 반대편 차선의 차량에 낙하물 등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때로는 ‘경찰이 있어요.’, ‘단속 중이에요.’와 같이 비언어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뒤에서 상향등을 날리면(?)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게 여러 차례 상향등을 깜빡였으니 앞 차량의 운전자가 내려 항의라도 한다면 할 말도 없다.

혹여 앞 차량의 운전자가 항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신호가 빨리 바뀌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식은땀이 흐른다. (내심 ‘먼저 내려서 사과라도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앞 차량의 운전자는 나를 참을성 없는 ‘XX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익숙하다고 신중하지 못했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나를 비롯해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조금만 참고 이해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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