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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Aug 31. 2023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한 취준생

괜한 오지랖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취준생이 찾아왔다.


청년고용 한파는 사회복지계라고 예외는 없다.

누구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지만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는 고용의 안정과 근무 환경, 급여 수준, 직원복지 정도로 판단한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경쟁자도 많다.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취준생이 겪는 불안감은 상당하다.

졸업 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 하락이나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기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주변에서는 조금 더 도전해 보라는 말과 인재를 볼 줄 모른다는 덕담을 해줄지 모른다.

아쉽게도 가까운 지인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가능성은 낮다.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이력서를 많이 내보지 않았으니 안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자소서 정도는 20~30장 준비해 놓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배워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정확하게 자기 합리화다.


30대 초반의 나이라면 늦은 나이도 아니다.

다른 과를 졸업하고 잠깐이지만 생산직으로 근로도 했었다.

비전이 보이지 않아 그만두고 사회복지를 공부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편입학을 했음에도 4점 이상의 학점을 유지했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년 동안 필수 과목을 이수하며 4점대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성적은 성적순이 아니다)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탈락했다.

목표 의식이 강했다면 탈락 후 다시 준비했을 것이다.

한번 탈락 후 포기했다.

많은 학생이 졸업 후가 아니라 이미 학업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빠른 포기가 오히려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


가족이나 주변인 중 사회복지사가 있었고 무난하게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것 같다.


졸업 후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도 정하지 못했다.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대상부터 거주시설, 이용시설 등 서비스 제공 방법, 정책, 행정 등 분야가 다양하다)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는 보통 3학년, 4학년이면 고민한다.

빠르면 입학할 때부터 고민하기도 한다.

상담받으러 온 취준생은 편입학했기 때문에 입학하기 전부터 고민했어야 한다.


'어떤 분야는 힘들다.', '어떤 분야는 걸러라.' 같은 주변 말에 흔들리고 있다.

모두 합격했을 때나 고민하는 것이지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민하기는 이르다.

본인의 적성을 고려해서 특정 분야에 채용원서를 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나 졸업생은 사회복지 현장이 힘들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한다.

사회복지 현장이 아니더라도 힘들지 않은 직업이 없고 직업마다 고충이 있다.

대기업 사원이라고 고충이 없겠냐?


졸업 후 이룬 것이 없다.

공무원 시험 탈락을 이뤘다고 해야 하나?

탈락 후에도 커트라인(합격선)이 조금 높아져서 탈락했다는 합리화를 또 하고 있다.


자격증은 사회복지사 자격과 운전면허증뿐이다.

업무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경험이나 지식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는 추세다.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자격증을 많이 따고 본다)

현장에서 쓸모없는 자격증이라도 그만큼 배웠고 경험의 기회가 있었다.

적어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폭넓은 지식은 시야를 넓혀 준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자격증도 필요할 때가 있다.

(민간자격증이 워낙 많으니 그래도 가리기는 해야 한다)


생산직으로 근로하며 사회생활 경험이 있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정확히는 조직 생활에 대한 경험이고 그 조직이 그 조직이 아니다.


열심히 할 수 있고 끈기가 있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증명할 길은?

다른 취준생들도 열심히 하고 끈기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열정이 있다고 할 것이다.

특별함이 없다.


스스로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점을 내세워야 할지 모르고 있다.

특별하다고 해서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역량 있는 리더가 있다면 참신한 팔로워도 필요하다.

관련 업무에 지식이 충분하고 의욕이 있다면 그걸로도 취업이 가능하다.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높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정작 하고 싶은 분야도 없고 복지 대상에 대한 이해도 없다.

적성조차 모른다.


먼저 자소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종류의 자소서를 써봄으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말이 듣고 싶었을까?

역량은 있는데 운이 안 따라줬다는 말을 해야 할까?


내가 뭐라고 거만한 조언을 했을 수도 있다.

나조차도 지금 취업환경을 모를 수도 있다.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이겨내지 못하면 성취할 수 없다.

목표가 없다면 이룰 수 없다.


괜한 오지랖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좀 더 좋은 말을 해줄걸 그랬다)

문득 꼰대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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