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연탄은 일제강점기에 전파되어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산림 황폐화 대책의 일환으로 1950년대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로 1980년대 초반까지 연탄보일러를 둔 집이 많았다.
땔감의 대체제가 생기면서 목재 사용량이 줄었고 녹화사업을 성공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석유(등유) 보일러가 유행하고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급격히 사라졌지만 2021년 9월 기준 81,721 가구가 연탄으로 난방하고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지금은 음식점(연탄구이)이나 비닐하우스, 화훼단지 등에서 간혹 연탄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연탄보일러를 사용했고 초등(국민) 학교에 갈탄(褐炭)이나 조개탄을 사용하는 묵직한 난로가 생각난다.
초기 연탄은 벽돌 모양에 2개나 3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지금의 연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후 원통형에 9개의 구멍이 뚫린 연탄이 등장하면서 구공탄(九孔炭), 구혈탄(九穴炭)이란 표현이 널리 사용되었다.
정중앙에 하나 그 주위로 6개를 뚫어 7개를 배열하고 12개를 가장자리에 빙 둘러 뚫어 19개의 구멍이 뚫린 연탄으로 개량되어 정확히는 십구공탄이지만 통상 구멍 개수와 무관하게 구공탄이라고 부른다.
19공탄 외에도 22공탄, 25공탄, 31공탄, 49공탄 등이 있고 현재 가정용으로 대부분 22공탄을 사용한다.
군 복무 시절 사용했던 연탄은 49공탄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크기와 무게가 남 달았다.
구멍의 개수가 많을수록 공기가 많이 통하기 때문에 그만큼 화력은 강하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는 장단점이 있다.
2~3개의 연탄을 테트리스 하듯 쌓아야 하고 섬세하게 불구멍을 조절하여 화력이나 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처음 연탄에 불을 피우기 위해 번개탄이나 구두약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번개탄이 연탄보다 비쌌기 때문에 겨울 내내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상당한 정성이 필요했다.
새벽에도 연탄을 갈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고 불이 꺼지면 옆집에서 불붙은 연탄을 빌리기도 했다.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려면 대략 5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고 하루에 4~6장의 연탄이 사용된다.
연탄보일러에 따라 1구 3탄이나 2구 6탄이 보편적이라 풍족하게 사용할 때 하루 6장의 연탄을 사용한다.
연탄 비축은 김장과 함께 대표적인 월동 준비였다.
잘 말리지 않은 연탄은 쉽게 부서지고 연기도 심해 미리 연탄을 사들여 수분을 말렸다.
비수기(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연탄값이 더 저렴하기는 하지만 연탄창고의 크기에 따라 미리 사들일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과거에는 집(전세)을 구할 때 창고의 유무나 크기가 고려되기도 했다.
연탄 무게가 3.65kg이고 사람의 체온이 36.5도라는 스토리텔링이 있기도 하지만 연탄이 만들어질 때 무게는 약 3.6kg이고 말랐을 때는 약 3.3kg 정도가 된다.
내가 살던 지역에는 연탄공장과 저탄장(연탄의 원료인 석탄을 저장하는 창고)이 있었다.
흩어져 있던 연탄공장이 이전하여 형성된 '안심연료단지'는 2017년 철거공사를 시작으로 50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가난했던 시절 겨울 필수품이 있던 연탄은 소비가 줄어 쇠퇴하기도 했지만, 환경오염과 분진 등 혐오시설로 지목되어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서민의 버팀목이 되었고 지역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도리가 없었다.
매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직장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모금을 한다.
벌써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모금행사다.
지금까지 2억 원이 넘게 모금되었고 올해도 2,800만 원 이상 모금되어 취약계층에 전달 예정이다.
모금 사업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사랑의 연탄 나눔'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연탄 외에도 난방유나 방한용품 등으로 지급된다.
직접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까지 겸했고 단체 사진 촬영에는 최적화된 봉사활동이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정치인이나 기업들이 연탄 배달 봉사활동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흰색 같은 밝은 색 옷이 생색내기에 좋다.
봉사활동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과 도움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순기능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와 연탄이 무너지지 않게 쌓는 것조차 어려워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좋다.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더위를 견디는 것보다 추위를 견디기가 더 어렵다.
여름철 부채나 선풍기가 에어컨을 대체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외투를 겹겹이 입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낡은 집은 외풍을 막기 어렵고 방 안은 그야말로 냉장고다.
난방비를 지원하면 그마저도 아끼고 사용하지 않는다.
연탄으로 지원했더니 싼값에 주변 사람에게 되팔아 생계비를 마련한다.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사업의 취지로 가능하면 현금보다 현물로 지원하고 있다.
전기매트로 버티며 외투를 두껍게 껴입어도 밤새 코끝은 빨갛게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