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구미라면 축제 후기

by 여행자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인스턴트 라면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 후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하고자 일본에서 라면 기술을 들여왔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삼양식품 창업주는 일본 기업에 라면 기술 전수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싶다는 말에 일본 기업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의 시작은 ‘삼양라면’이었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서민 음식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들 정도로 라면의 종류가 많아졌고 가격도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소울 푸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삼양’이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지만 ‘삼양’은 ‘불닭볶음면’, ‘농심’은 ‘신라면’이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한다.


올해로 3회째라는 구미라면 축제에 다녀왔다.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아 열차표를 예매하려니 대부분 매진이다. 평소 이렇게 구미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축제의 힘이 대단하다. 먼 거리도 아니고 해서 자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김천에 김밥 공장이 없는 것 치고는 구미에 농심 라면 공장이 있으니, 명분은 있다.


오전 9시쯤 주차장에 도착해 어영부영 1시간을 보내고 느긋하게 나섰다. 공식적인 행사는 오전 11시지만 기다리는 줄은 100미터 이상 늘어섰다. 기차표를 예매했으면 집에 가는 기차는 타보지도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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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을 기다려 갓 튀긴 싱싱한 라면을 한가득 사서 차에 넣어두고 다시 라면 주문을 위해 줄을 서자니 허기에 쓰러질 것 같아 셀프조리 부스에서 ‘너구리’ 하나를 끓여 먹었다. 너도나도 셀프조리 부스 앞에 쪼그려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갓 튀긴 라면은 확실히 면발이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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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진정시키고 라면 주문 대기 줄에 동참했다. 2시간 정도 걸려 몇 가지 메뉴를 주문했지만, 메뉴에 따라 조리 시간이 다르니 본연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 더러는 줄을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많은 경찰과 안전요원이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노력했고 다회용기 사용은 축제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대부분 질서 정연했다. 간혹 대기 라인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혼잡하다는 불만을 호소하는 사람도 보였지만 꼭 선이 그어져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보면 모르나? 억지 주장을 펼치는 사람 때문에 행사 관계자도 난감해 보였다.


싱싱한 라면도 구매했고 특별한 라면 맛도 봤다. 근처에 있는 구미 중앙시장으로 향했고 역시나 지나는 길마다 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시장도 사람으로 붐볐다. 아쉬운 건 시장은 축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래시장도 축제를 함께 한다면 붐비는 관광객을 분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의 경험이지만 축제를 즐기는 간단한 팁이라면 첫 번째,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라면 주문부터 하는 것이 맞다. 한 명이 여러 메뉴를 주문할 수 있지만 메뉴마다 조리 시간도 다르고 대기 줄도 다르니 여러 명이 각자 하나 정도의 메뉴만 주문하는 것이 좋다. 국물 라면만 주문한다면 다른 라면을 기다리다 가락국수처럼 퉁퉁 불은 라면을 먹어야 할 수도 있어 국물 라면과 볶음 라면을 적절히 주문하면 좋다.

두 번째, 라면을 배불리 먹었다면 영수증을 들고 ‘라면 공작소’로 향해야 한다. 구매 이력이 있어야 ‘라면 공작소’에 입장할 수 있다. 직접 구성한 레시피로 만든 라면이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세 번째,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갓 튀긴 라면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공급되고 일찍 구매한 라면은 하루 전 튀긴 라면이 아니라 그 전날 튀긴 라면의 재고다. 오후 1시쯤 돼야 당일 물량이 입고되는 것 같다. 많이 구매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주변에 나눠 줄 것 아니라면 적당히 구매해서 맛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남으면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네 번째, 행사를 다 즐겼다면 근처 중앙시장 투어를 한번 해보면 좋을 듯하다. 국수거리도 있지만 족발 맛집인지 길게 늘어선 줄도 보였다. 일요일임에도 채소나 과일은 싱싱해 보였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세밀하게 공간 배치를 했고 주변 상권과 상생하는 모습이었다. 음식 가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고 심지어 구성에 비해 저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셀프조리 부스에 쓰레기통이 없고 앉아서 먹을 만한 테이블이 없어 너도나도 쪼그려 앉아 라면을 먹고 있다. 또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눈에 띄지 않았다.


몇 가지만 빼면 3회밖에 되지 않은 행사에 운영이 너무 잘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점차 개선될 것이고 내년 행사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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