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매년 여름이면 눈살을 찌푸리는 뉴스를 볼 수 있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는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근로 현장에서 열사병이나 탈수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소식은 너무 안타깝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하는 근로자는 시간이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무작정 더위를 피해 있을 수도 없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환자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냉난방에 신경 쓰고 직원들도 더위나 추위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여름철 사무실 온도는 26°C를 권장하지만, 환자가 머무는 공간은 더 시원하고 더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더 많이 입원하는 것을 보며 매년 폭염이 심해진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다.
이번 여름에도 빠지지 않고 아파트 경비실에 선풍기나 에어컨 설치와 같은 문제가 쟁점이 된다. 일부 입주민은 관리비 상승을 우려해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다는 뉴스다. 적절한 근로환경과 인권을 이유로 다른 입주민들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선풍기조차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주민이 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공용 관리비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것인가? 경비원들은 고령자가 많아 더위와 추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고 경비실이 그들의 근로 현장이기 때문에 적절한 근로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 생활하는 계급 정도로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꼬리 칸에 생활하는 계급도 얼어붙은 지구에서 기회를 얻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렇게 달라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일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 경비원이라는 일자리를 구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라는 것일까?
다행인 것은 정부가 체감온도 31°C 이상의 실내 작업장의 경우 냉방설비 설치, 작업 시간대 조정, 적절한 휴식부여 중 하나의 조치를 반드시 수행하도록 보건 조치 의무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이런 뉴스가 보도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월감은 간혹 갈등을 조장한다. 우월감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생각이나 느낌이라고 한다. 과한 우월감은 타인을 무시하거나 자존감이 왜곡될 수 있고 자신의 불안정성을 숨기기 위해 거만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을 타인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일까?
어디에 살든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고 권리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권리까지 침해할 권한은 없다. 세상은 혼자만 사는 곳도 아니며 혼자서 살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 역할로 인해 살아가고 있다.
추가로 노인 빈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노인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1시간이 넘지만, 수입은 1만 원 꼴밖에 안 된다. 하루 종일 일해도 최저 시급 정도의 돈만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는 축복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가난이 더해지면 저주가 된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노인 중 절반이 가난하다고 한다. 나한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보이지만 노인 중 절반이 가난하다는 것은 2명중 1명은 빈곤층이 된다는 것이다. 50%의 확률에 나만 빠질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국가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는 그렇게 빨리 만들어지고 정착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지금의 노인빈곤율 1위다.
노인 빈곤은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에 문제다. 젊은 층의 빈곤율은 OECD 국가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지만 은퇴 이후 빈곤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기댈 곳이 없다. 국민연금조차도 고갈 위기에 있고 유지를 위해서는 국민 노후 안정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왜 노후 준비를 안 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노후 준비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고 봐야 한다.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 탄 사람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심지어 꼬리 칸조차 탈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