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7년 전 암 진단을 받은 환자

by 여행자

노숙인 시설에서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과거 상담 기록을 통해 7년 전 위암 진단을 받고 탈원했던 환자인 것을 확인하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수액 폴대를 병원 마당에 던져둔 채 사라졌다. CCTV 영상 속 택시를 타고 가는 환자의 모습을 확인하고 자살 시도는 아닐까? 조마조마하며 여인숙 주인에게 연락했다. 뭐가 그리 급한지 환자복을 벗어둔 채 고향에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생사는 알았지만, 더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이후 7년 동안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Elegant Profile Woman with Statement Earrings Ink Drawing Art (1).jpeg

살을 발라 먹고 남은 생선 뼈 마냥 앙상하고 눈만 툭 튀어나온 모습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7년 전 만났던 사회복지사라는 소개에도 유독 커 보이는 눈알만 굴리며 말은 없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적어도 일 년은 이발하지 못한 듯 산발이고 앙상한 몸은 병실 침대가 킹사이즈처럼 보일 지경이다. 아랫니 하나만 남아 있어 음식물 섭취도 어렵고 치아가 없으니, 얼굴은 더 앙상해 보인다.


영양제 주사도 맞고 식사도 하며 며칠이 지나자, 눈에 띄게 살이 올랐다. 처음보다 기력은 회복했지만, 아직도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많아 보이고 수술할 정도의 기력도 아니다.


의사의 설명에 이렇다 저렇다 질문도 없고 눈만 멀뚱대다 보니 환자에게 아무런 욕구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뭐 하다가 이제 나타난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 내가 환자에게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될지 안 될지도 모르겠다.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자기결정권 임상적 조언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복잡한 문제와 감정이 뒤엉켜있을 것이다. 지금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능한 모든 치료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문제와 고통을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7년 전의 선택도 지금의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


아직 수술 일정도, 퇴원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환자의 마음은 더 불안할 것이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제일 나은 선택이 아니더라도 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환자와 치료 계획을 함께하고 건강하게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지만 치료를 포기하거나 퇴원한 환자의 여정을 항상 함께하지는 못한다. 의료‧돌봄 통합 지원 사업과 장기 요양 재택의료 사업에도 특정 대상이 정해져 있고 치료를 포기한 환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의 여정을 함께 하기에 아직 지역사회의 역량도 내 역량도 한참은 부족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설국열차'의 꼬리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