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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cial worker Apr 26. 2019

사회복지사의 일터 안전

“감방에서 9년 살고 나왔는데,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드네요. 들어갈 때랑 다르게 세상은 바뀌었고, 전과자라고 써주는 곳도 없고. 누가 복지관 전화하면 도와준다고 전화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뭐 해줄 수 있는 것 있어요?”


  우리는 첫 상담에는 한 명이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늘 둘이 함께 다닌다. 나와 동료선생님은 늘 그래왔듯이 약속을 잡고 함께 상담을 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화한 그분의 범죄는 여성 살해였다. 그 분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나서 저지른 우발적 살인’이라 했다. 전과가 있다 해서 편견을 가지면 안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복지관으로 돌아와서 어떤 지원이 시급한지를 논의했다. 밥솥과 세탁기 말고는 마땅한 생필품이 없는 사정을 고려해 그것부터 구입하기로 했고, 입사 1년차인 동료선생님이 담당하기로 했다. 


  사람이 많은 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겠느냐 싶어 나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묻자, 주저하던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님이 저를 불러서 갔더니 속옷코너더라구요. 저보고 하나 고르라고 사주겠다고 하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어요.” 그때 나는 그 선생님의 수치스러운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팀장님께 보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다. 


  팀장님도 같은 여성으로서 수치심을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그 주민을 만날 때 혼자 만나지 말고, 사회복무요원과 동행하거나 가급적이면 복지관에서만 만나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복지 전달 체계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갖가지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사회복지사의 삶,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몇 달 후, 해당 주민이 다시 복역하게 되면서 우리와의 인연이 끊어졌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동료 선생님은 힘들어했다.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아직도 너무 또렷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남성 주민과 상담을 할 때면 많이 긴장된다고 하였다. 그런 일을 겪은 이후, 우리는 현직 교도관에게 강력범죄자가 지역사회에 나와 주민으로 만났을 때의 대응 등을 슈퍼비전 받았다. 경험했던 일을 말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였으면 좋았을지 듣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중대범죄에 대한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성이나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 교도소에서 사회복귀를 앞둔 재소자들에게 진행하는 절차와 지원체계들을 확인하고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러한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이것도 우리 기관이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난 아직까지도 ‘연차가 더 많은 내가 담당을 했더라면 대응을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 선생님이 담당을 하게 두었을까. 그렇지 않았으면 막 사회복지일을 시작한 선생님이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여성뿐인 우리 팀에서 담당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동료 대신 내가 담당했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님도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4%라고 하는데(우리기관은 심지어 89%이다), 남성사회복지사에게 다 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리고 남성사회복지사라고 하여도 성추행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생명의 위협은 누구나 느낀다. 단지 사회복지현장이 굉장히 위험한 요소들을 안고 있으나, 사회복지사가 해야 하는 역할들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과는 달리 안전장치가 미비한 것이 문제이다. 


  위의 성추행은 그동안 일하며 내가, 동료들이 경험한 정말 많은 이야기중 하나일 뿐이다.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가정방문하여 상담해야하므로 정신적, 신체적 위험을 항상 감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방문 상담을 하는 이유는,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의 상황을 그분들의 거주 장소만큼 잘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말로 조목조목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사회복지사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상황 파악에 최선인 경우가 많다.     

  발을 디디기도 어렵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러운 집이지만, 주민이 생활을 하고 있는 공간이기에 존중의 의미로 아무렇지 않은 척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 상담을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우리 팀원들의 서랍에는 항상 갈아 신을 양말이 있고, 그런 상담을 하고 온 날이면 집에 가서 샤워할 시간만을 기다리며 근무시간을 버틴다. 


  담배연기로 가득찬 집을 방문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여 우리 팀에는 섬유탈취제가 구비되어 있다. 집에 바퀴벌레가 너무 많아 방역을 해드리기 위해 방역업체와 함께 집에 방문했는데, 무릎 꿇고 약을 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도 새 담뱃대에 불을 붙이기도 해서 그러면 안된다고 정색하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내가 임산부일 때에는 이러한 상황이 힘들어 초기상담업무에서 빼달라고 기관에 요청하기도 했다(그렇지만 먼저 불편함을 말할 수 있고, 즉각 수용하는 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처음 방문하는 집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매일 식사배달을 해드리는 어르신이 나체로 문을 열어주어 배달하던 여성 직원이 기함했던 일도 있었다. 그 직원은 충격에 그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기관이 어르신에게 이런 일이 재발생 할 경우 식사배달을 더 해드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예전엔 반대로 남성직원이 여성어르신이 여름 내내 상습 상의탈의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직원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모두가 별 생각 없이 넘어갔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직원이 진짜 괜찮았을까 싶기도 하다.


  상담을 나가면 집을 찾지 못해서 전화를 하거나, 혹은 사업 결과보고를 위해 사진을 받아야 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메일 보내는 법을 모른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직원 개인 핸드폰 번호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 어떤 주민들은 알게 된 개인 핸드폰 번호로 주말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하기도 하고, 게임추천 카톡도 수시로 보내고, 담당자 카톡 사진을 보고 아는 척을 해오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들이 공개되고,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느낌에 힘이 들어 기관에 요청하여 기관 핸드폰을 마련하기도 했다(이것도 타 기관의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 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주민들을 찾고 지원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불안과 두려움을 무릅쓰고라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배달도 해야한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복지사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제도들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복지사의 인권이 존중돼야 사회복지사업의 질도 보장되는 것 아닐까?’ 요즘 들어 사회복지사의 인권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앞으로의 예방 또는 대응을 위해 계속적으로 사회는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안전을 위한 지침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지사업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복지사들에게 무한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윗 세대의 사회복지사들도 이제 더 이상 “우리 일은 어쩔 수 없어. 이런 일 생길 때마다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일해?”라는 식으로 문제를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장치를 갖춰야 하듯이 모든 일의 현장에는 안전장치가 필수이다. 그런데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너무 당연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런 희생이 사회복지사의 덕목이며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도 만연하다. 인간에 대한 존중, 모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의 평등, 소외받는 주민들의 편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 도덕성과 책임성 등은 사회복지사의 덕목이며 가치이다. 그러나 그 덕목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계속 희생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므로 그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사회와 개별 기관들은 사회복지사가 본인의 안전과 인권보장을 토대로 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먼저 갖고 직원과의 신뢰를 갖춰야 한다. 또한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주민들에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 발생 시, 사회복지사업 참여가 불가능함을 사전에 고지하여야 하며, 사회복지사들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주민에게 바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단호함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일터가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 어떤 노동자도 침해받아서는 안되며, 업무라는 구실로 당연하게 요구해서도 안된다. 사회복지사가 안전을 보장받고 일할 때,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돌보고 챙길 수 있다.     

  사회 또한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을 돌봐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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