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어때요?
퇴사 2년 차, 백수의 일상
백수 435일 차. 아직도 가끔 회사 동기들을 만난다. 그들은 나의 일상을 궁금해한다. 그들의 일상이 멈춘 곳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한 거겠지. 나는 별일 없이 산다. 그렇다, 퇴사를 해도 별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그저 매일매일의 반복일 뿐이다.
퇴사를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퇴사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은 퇴사 후에도 하기 어렵다. 내겐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실행력'이 없었던 것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도 퇴사 전보다는, 훨씬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쓴다. 손글씨로 3페이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2022년부터 시작해 4개월간 지속 중인 습관이다. 적다 보면 고민이 해결되거나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계속하고 싶은 습관이다.
이후 공원을 두 바퀴 정도 산책한다. 우리 집 앞 공원은 한 바퀴에 1km다. 두 바퀴를 돌면 20분 정도 걸린다. 아침 7시 반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묘한 쾌감을 느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한다. 내가 나에게 준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의 공원엔 산책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그 와중에 공원 한쪽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 옷을 파는 아줌마, 양파를 파는 아저씨도 있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장사를 하신다. 저녁 산책을 할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 신기하다.
나무를 보고, 꽃을 보고, 하늘을 보며 산책을 한다.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그러다 보면 모닝 페이지를 쓸 때와는 또 다른 영감이 떠오르곤 한다.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싶어 진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상하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졸리다. 아, 물론 영감이 세게(?) 왔을 때는 바로 책상 앞에 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낮잠에 든다. 아침 8~9시에 잠이 들면 2시간을 자곤 한다. 이럴 거면 아침에 왜 일찍 일어나는 거지.. 싶지만 이게 백수의 특권이 아닌가. 게다가 아침에 할 일을 어느 정도 끝내 놓고 자면 마음이 좀 더 가볍다.
최근엔 살이 많이 붙은 것 같아 헬스장을 끊었다. 집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예쁜 헬스장이다. 그곳에서 운동하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냄새가 좀 난다. 몸이 가려운 듯한 느낌적인 느낌도 든다. 그래도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백수의 필수 덕목인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점심은 정성스럽게 차려 먹는다. 나는 회사 밥이 너무 싫었다.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그냥 배급되는 밥. 이런 밥 먹고 일해야 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친구에게 농담처럼 '밥만 맛있었어도 몇 년은 더 다녔을 텐데' 말하곤 했다. 농담 반 진심 반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나를 위해 밥을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점심을 먹은 이후에는 블로그 글을 쓰거나 인스타툰을 그린다. 둘 다 할 때도 있고 둘 다 안 할 때도 있다. 어찌 됐든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된다. 글을 쓰거나 만화를 올린 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이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가끔은 청소를 하고, 가끔은 청소를 안 한다. 청소를 할 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로봇청소기 '토봇'과 함께한다.
게으른 내가 '청소해야지'하고 누워서 버튼을 누르면, 토봇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아이를 위해 바닥에 있는 물건을 치워주러 간다. 토봇이 열심히 청소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설거지도 하고, 물티슈로 이곳저곳을 닦는다. 깨끗해진 집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이후 저녁 준비를 한다. 요리를 할 땐 유튜브를 애용한다. 유튜브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참 좋은 세상이다. 내 요리 선생님인 백종원 선생님을 보며 요리를 한다. 이후 퇴근한 남편과 함께 TV를 보며 밥을 먹는다. 사실 난 TV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냥 같이 본다. 그러다가 각자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냥 계속 놀다가 자기도 한다.
이 외에도 틈틈이 책을 읽는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빌리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에버노트에 정리하고,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서평을 올린다.
의외로 퇴사자의 하루는 평범하다. 평범하고 평온하다. 이런 평온한 생활이 1년 넘게 이어지니 이젠 좀 다이나믹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꾸미는 중이다. 그 '이런저런' 일을 기록하고, 나누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