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에도 진로 고민은 계속된다.

공기업, 교직원, 스타트업, N잡, 부업, 출판사, 작가

by 잘자유



백수 442일 차. 나는 오늘도 진로 고민을 한다. 30살이 되어서도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나는 퇴사 후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했다. 모두가 말리는 '무계획 퇴사'를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대책 없는 퇴사를 한 것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MBTI 'P' 성향인 나에게는 나름대로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었다.



전공 공부를 4년간 하고, 회사를 5년간 다녔다. 9년 동안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돌이키고 싶었다. 지금까지 30년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향후 70년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열심히 모았다. 내 꿈을 찾기 위해. 나에게 내 꿈을 찾기 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엄청나게 많다. 일단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작가였다. 여행작가, 만화작가, 일러스트 작가, 글작가, 사진작가... 한 종류의 작가가 아니라 이 모든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다음에 되고 싶은 것은 부자였다. 부동산, 국내 주식, 해외주식, 배당주, 공모주... 부자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공부... 아니 체험(?)을 해봤다.



돈 공부를 하다 보니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금흐름'이었다. 아쉬웠다. 회사 다닐 때 재테크 공부를 했으면 퇴사를 안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다시 취직하기에는 용기 내서 퇴사한 게 아쉬웠다. 일은 좀 많았지만 돈도 많이 주고 안정적인 회사였으니까.



안정적이고 돈도 나쁘지 않게 주면서 개인 시간이 많은 직업을 구해볼까? 이런 생각에 공기업, 교직원 등도 많이 알아봤다. 실제로 지원해보기도 했다.(토익 성적도 없는데 지원 ㅎㅎ) 그런데 자소서를 쓰기 위해 유튜브로 직업정보를 찾아볼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반복적이고 똑같은 일, 서류 작업, 행정처리를 싫어한다. 들어가 봤자 다시 퇴사할 것 같았다.



그다음 알아본 곳은 스타트업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 완전히 핏이 많은 스타트업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목표 = 회사의 목표여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한 적이 있지만 떨어졌다. 나는 기계과 출신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직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바로 현업에서 일할 수 있는 경력자(?)가 필요한 듯했다.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자동 수익이 있으면 된다. 자동 수익이 있으면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자동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온라인에서 유명한 부업들도 도전해봤다. 애드포스트, 애드센스, 쿠팡파트너스, 배민커넥트, 전자책 만들기, 카카오뷰..



조금 수익이 나는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업들을 하면서 느낀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짜 '자동'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도 이런 똑같은 고민들을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다시 회사에 들어갈 생각, 돈을 벌 생각을 하느라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는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매일 모닝페이지를 쓰며 나에 대해 다시 알아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뭘까? 지금 그 일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시간도, 돈도 있는 엄청난 백수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꾸준히 한 것은 블로그와 인스타였다. 꾸준히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런 과정이 즐거웠다. 작가는 되고 싶지만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다, 이 일로 먹고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해왔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돈을 벌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작가의 주변 일들을 찾아보았다. 전자책을 써보기도 하고, 지금은 폐업했지만 1인 출판사 내보기도 했다. 독립서점을 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창업 관련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가 출판사 취직을 생각해보기도 했다가, 결국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혼자 고군분투하는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도전할 때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러다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것 깨닫기도 했다.



아, 이게 진로 탐색이구나.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해보고, 해보니까 별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와중에 지속하고 있는 게 뭔지 발견하게 되는 과정.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을 때와는, 쇼파에 누워 유튜브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또렷해질 것이다. 그래서 기록해보려 한다. 잘자유의, 퇴사 후 진로탐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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