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합격자 목록에 내 이름이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합격'인지.. 6년? 7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쨌든 기뻤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바로 이틀 뒤에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마케터반에 시험이 도입된 건 작년이 처음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열심히 인터넷으로 후기를 찾아보았다.
작년 후기에는 마케팅 지식(4P, STP 등)과 고전 및 현대 문학, 시사에 관련된 문제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유튜브로 열심히 필립 코틀러님의 마케팅 기초를 공부하고, 고전 문학에 대해 공부했다. 시험 직전까지 마케팅 기초와 책들을 달달 외웠다. 그런데... 막상 시험에서는 이런 것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ㅠ_ㅠ
먼저 충격적이었던 건 원고지에 답을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원고지에 글을 써 본 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오랜만에 쓰니 긴장이 됐다. 특히 숫자를 한 칸에 1개 쓰는지 2개 쓰는지, 쉼표나 마침표 뒤에 한 칸을 떠 띄어 써야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헷갈렸다. 그리고 볼펜으로 써야 해서 더 긴장됐다. 화이트로 지워도 된다고 하셨지만 화이트가 없었다.
문제도 거의 서술형이었다. 주어진 자료를 보고 출판계 동향에 대해 분석하는 문제, 주어진 3권의 책에 대해 마케팅적으로 분석하는 문제, 그리고 마케팅적으로 유의미한 경험을 적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면지를 주셔서 이면지에 미리 답을 적어보고, 눈으로 수정하며 원고지에 옮겨 적었다. 100분의 시험 시간을 거의 꽉 채워 썼다. 다 적어갈 즈음엔 손이 너무 아팠다.
분명 처음 문제를 보고, 이면지에 답변을 작성할 때는 자신 있게 적었다. 그리고 원고지에 옮겨 적은 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미 400자 원고지 7장을 채웠으니, 다시 쓸 수도 없고. 그렇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 발표된다.
최선을 다해 서류 작성을 하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봤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유튜브로 출판마케터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들의 일상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다른 직업(공기업, 교직원)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내 성향에도 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출판학교를 준비하며 오히려 하고 싶었던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출판학교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나 보다.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나를 세상에 알리고, 새로운 일을 기획했다. 신기하게도 출판학교를 준비하는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나는 많은 성과를 얻었다.
그래도 '탈락'이라는 단어는 기분이 나쁘다. '합격'한 후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 일주일 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출판학교에 붙더라도 '나 혼자 이 정도 할 수 있어, 그 길이 아니라 이 길로 가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