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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와 닥터피쉬

__ 수족관 카페

안녕하세요. 제 별명은 수수예요. 제가 '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는 미음을 먹고 나서 전용 빨대컵을 사용했을 떼쯤이었을 거예요. 엄마는 제게 물을 줄 때마다 '물, 물, 물'이라고 무수히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요, 화장실에서 목욕할 때 제가 물을 먹으려고 하면 엄마는 제 손을 붙잡고 물을 못 마시게 극구 말리시지 뭐예요. 지난달 동해에 가서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가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려고 할 때도 얼른 저를 막으셨지요. 그래서 저는 서서히 마시는 물과 마시지 못하는 물을 구분하게 되었어요.


저는 욕조에 들어가 형과 목욕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처음엔 화장실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가려고 기를 썼지요. 화장실에 못 들어가게 할 때마다 앙앙앙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목욕을 실컷 하니까 그럴 맘이 점차 사그라졌거든요.


엄마는 어느 날 수족관카페에 저를 데려가셨어요. 에스켈레이터가 하나는 위로, 다른 하나는 아래로 내려가는 게 신기하고 좋아서 저는 탄성을 질렀답니다. 엄마는 스마트폰으로 그런 저를 영상에 담느라 바쁘시더라고요. 히힛.


수족관 카페에서 저는 수족관 속 예쁜 물고기들을 넋 놓고 바라보았어요. 손을 수족관 안에 집어넣고 닥터피쉬를 구경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어요. 엄마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수족관 카페에 간 그날 하루 종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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