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준이는 계곡에 갔어요

__조경사 아저씨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준이예요. 연보랏빛 산수국이 화사하게 만발하고 있는 아름다운 6월이에요.


지난 토요일에 엄마와 아빠, 누나와 저는 계곡에 가서 놀다 왔어요.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시원한 바람이 초록 나뭇잎들을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우리는 샌들을 신은 채로 낮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파란 하늘과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어요. 어느 때보다 엄마 아빠가 여유로워 보이고 행복한 표정이셨어요.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쉼 없이 왔다 갔다 움직였어요. 누나는 물속을 들여다보고 재빠르게 물고기를 플라스틱 통에 들어가게 한 뒤 물밖으로 꺼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답니다. 누나가 잡은 물고기들이 통 안에서 불안한 듯 빠릿빠릿 헤엄쳤어요. 저는 통 속에 손을 넣어보고 싶어 낑낑 소리를 내질렀죠. 수족관 카페에서 수조에 손을 집어 넣으면 닥터피시들이 제 손 주위에서 살랑대며 헤엄치던 일이 생각났었거든요.


계곡에 태어나 처음 와 본 저는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연못보다 계곡이 훨씬 좋았어요. 빨간 보리수와 까만 오디도 처음 먹어 봤지요. 다음에 또 이 계곡에 오고 싶었어요.


엊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 저는 조경사 두 분이 전기톱으로 아파트 단지 내 크고 작은 조경수들을 전지하고 전정하는 걸 구경했어요. 조경사 아저씨들은 아주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소음을 내며 일을 시작하셨죠. (나무는 식재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대요. 인간이 이발을 하듯 조경수들도 전지해야 건강해지고 빨리 성장한대요.) 또 한 조경사분은 긴 플라스틱 원통관으로 거센 바람을 내뿜어서 전지와 전정 부산물을 순식간에 날려서 말끔히 청소하셨지요. 오후에는 쓰레기 수거 집게손차 기사님이 오셔서 수북이 모아둔 가지더미를 가뿐히 집어 올려 트럭에 수거해 가셨어요.


엄마는 제가 처음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 이발하던 일을 얘기해 주셨어요. 나무도 저처럼 이발을 하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나무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는 이발할 때 싫어서 마구 울었었거든요. 헤헷.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