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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의 하루

__감성 마카로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신호예요.


이른 아침 형과 저는 엄마 손을 잡고 대로로 나왔어요.

엄마가 우유랑 빵을 사러 가자고 해서요.


그런데 저 멀리 건너편에 제가 좋아하는 이모가 서 계셨어요. 저는 너무 반가워서 계속 걸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제 어깨에 한 손을 얹고 제 앞에 쪼그려 앉으시더니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시면서, '지금은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서 갈 수 없어.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하고 설명해 주셨어요.


저는 빨간색은 알기 때문에 대강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데 가지 못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어요.


파란불이 켜지자 형과 사람들이 일제히 횡단보도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이모도 환하게 웃으시면서 제게로 다가오셔서 저를 번쩍 안아 올리셨지요. 저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모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놀이터에 가서 터널미끄럼틀과 그네도 탔어요. 미끄럼틀과 그네 앉는 판에 물기가 있어도 엄마는 타게 해 주셨어요. 저는 그네를 처음 타기 시작할 때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연신 깔깔대며 웃었지요. 엄마는 그 순간을 영상에 담아 기록을 남기셨어요. 오늘은 어떤 영상을 찍으셨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네요. 헤헤.


어제는 하루종일 장맛비가 내려서 집 밖엘 나가지 못했어요. 아빠는 밖에 나가셨다가 들어오시면서 까까를 한 봉지 사 오셨어요. '감성 마카로니'라고 이름은 근사한데요, 할머니 때도 드시던 아주 옛날 전통 과자라네요.


아빠는 제 다섯 손가락에다 그 뻥튀기과자를 끼워주셨어요. 저는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과자를 손가락에 끼우며 한참을 놀았어요. 오늘도 그 까까를 많이 집어 먹었는데 손가락에 끼우는 재미는 시들해져서 그냥 먹기만 했어요. 헤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났더니 오늘은 낮잠을 오전과 오후 두 번을 자고 일어났어요. 비가 오지 앉아서 외출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하루였어요.




그런데 여름은 원래 이렇게 더운 거예요? 저는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데요, 아기일 때의 여름은 기억도 안 나요. 지금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면서 맞이하는 이 여름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네요.


지난겨울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 거실 창가에 쪼르르 놓아주던 가족들과 올여름엔 계곡이며 워터파크며 수영장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거 같아요.


웃음꽃 피는 우리 집엔 늘 파란불이 켜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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