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에서 Wisdom까지, 말의 힘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프레젠테이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스피치를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매번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된다.
어떤 사람은
자료도 많고 설명도 충분한데
듣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반대로,
슬라이드는 단순하고
말도 길지 않은데
그 사람의 말은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문제는 말하기 기술이 아니다.
스피치의 진짜 문제는
발음도, 제스처도, 자신감도 아니다.
문제는 그 이전에 있다.
바로, 발표자의 '생각'이다.
정보에는 단계가 있다.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경영학과 정보과학에서 이야기하는 구조다.
DIKW Pyramid (지식 피라미드)
(Data → Information → Knowledge → Wisdom)
1. 가장 아래에는 Data가 있다.
그냥 흩어진 사실이다.
2. 그 데이터를 정리하면
Information이 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도달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3. Information에 의미를 붙이는 순간,
그때부터 Knowledge가 된다.
4. 그리고 그 Knowledge를
자기 것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Wisdom이 된다.
이 차이는
스피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상황을 하나 보자.
매출이 떨어진 팀의 보고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1. “이번 달 매출이 8% 감소했습니다.”
이건 Data다.
정보는 있지만, 그 이상은 없다.
조금 더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2. “이번 달 매출이 8% 감소했고,
신규 고객 유입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이건 Information이다.
더 깊은 정보는 생겼지만, 아직 힘이 없다.
여기에 해석이 붙으면 이렇게 된다.
3. “신규 고객 유입 감소가 핵심 문제이고,
이대로 가면 다음 분기 매출 하락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건 Knowledge다.
이제 조금 힘이 생겼다.
상황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는 됐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
4. 마지막 단계는 다르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건 매출이 아니라
신규 고객 유입입니다.
마케팅 전략을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Wisdom이다.
순간,
스피치에 힘이 생긴다.
같은 데이터다.
하지만
전혀 다른 스피치가 된다.
차이는 하나다.
Information을 말했느냐,
Wisdom까지 끌어올렸느냐.
사람은
많은 설명(정보)에 반응하지 않는다.
정리된 지식과 방향에 반응한다.
그래서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많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 깊이 생각하려고 한다.
어쩌면 스피치는
말하는 기술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이다.
결국 힘 있는 스피치는
Information을 많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Wisdom의 단계까지 압축해서 말하는 일이다.
말은 입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이미 끝난다.
스피치에서 힘이 느껴지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하나의 메시지(Wisdom)로 만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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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