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끌어당기는 대화는 무엇이 다른가
카사노바를 생각하면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바람둥이, 유혹의 달인,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자.
그런데 이 인물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있다.
그는
단순히 ‘여자를 잘 만난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굉장히 깊게 이해한 사람이었다.
카사노바의 삶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그는 원래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고,
10대에 이미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
이후에는
문학, 철학, 음악, 외교, 금융까지
당대의 거의 모든 지적 영역을 넘나들며 살아갔다.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왕족, 귀족,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회상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은 단순한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18세기 유럽 사회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대 기록으로도 평가된다.
여기서 내가 호기심을 갖게된 부분은
그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을 만나서
어떤 대화하며 관계를 맺었느냐다.
카사노바는 상대를 압도하지 않았다.
대신 상대가 스스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지식을 과시하지 않았고,
상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
발음, 제스처, 자신감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조금만 길게 이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말이 재미없는 사람의 특징은
말을 못해서가 아니다.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 거리
즉, 재료로 이어진다.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건 관계에서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분위기와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는 건 대화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사람과
어색한 침묵이 반복되는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는 것의 차이다.
많이 안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쌓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1. 경험이 많다는 것,
2.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3. 그리고 그것을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쌓이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풍부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말은
길지 않아도 계속 듣게 된다.
반대로 아는 것이 적으면
대화는 금방 끊긴다.
카사노바가 특별했던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다.
그는
사람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재료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알았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표현을 연습하기 전에
먼저 채워야 할 것이 있다.
재료다.
읽고, 보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
그게 쌓여야
말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화는
잘하려고 할수록 어색해진다.
하지만
채워져 있으면 흘러간다.
말(대화)은 간단한 기술이 아니라,
쌓여 있는 것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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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