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따지면서, 왜 우리말은 대충할까

익숙함과 능숙함은 다르다

by 김광영

우리는 영어에서 ‘느낌’을 배운다


야나두 영어 강의를 듣다가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우리는 보통 이런 표현을 배운다.


“Can you ~ ?”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 보니

표현은 하나가 아니었다.


“Can you ~ ?”

“Could you ~ ?”

“Would you ~ ?”


이 표현들은 얼핏 보면 비슷해보이지만,

원어민이 받아들일 때는 전부 다르게 느낀다고 한다.


어떤 표현(Can you)은 단순한 요청처럼 들리고,

어떤 표현(Could you)은 더 조심스럽고,

어떤 표현(Would you)은 상대를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들린다.


같은 부탁이라도

어떤 문장을 쓰느냐에 따라

관계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어는 ‘그냥’ 쓴다


우리는 외국어를 배울 때

이런 ‘미묘한 차이’까지 신경 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매일 숨 쉬듯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가.


한국어는

그냥 쓴다.


부탁을 할 때도,

설명을 할 때도,

대부분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한다.

생각보다 고민하지 않는다.




같은 말, 다른 결과


예를 하나 떠올려보자.


회의가 끝나고,

동료에게 일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하기 쉽다.


“이거 오늘까지 해주세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지시'처럼 느낄 수도 있다.

여유가 없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조금만 다르게 말해보면 어떨까.


“이거 오늘까지 가능하실까요?”

“어려우시면 말씀 주세요.”


내용은 같다.

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앞의 문장은 일을 던지는 말이고,

뒤의 문장은 관계를 고려하는 말이다.


하나를 더 보자.


누군가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하기 쉽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솔직한 표현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걸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 방향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

“이 부분만 조금 바꿔보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요.”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느낌은 많이 다르다.


앞의 문장은 대화를 멈추게 하고,

뒤의 문장은 대화를 계속하게 만든다.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


이 차이는 크지 않다.


단어 몇 개,

문장의 구조,

말의 순서 정도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상대의 감정과 반응을 바꾼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영어를 배울 때는

그 차이를 배웠다.


그래서

Can이냐, Could냐, Would냐를 고민한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그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많이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많이 실수하고 있는데,

그 언어만

제대로 배우거나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모국어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모국어는 익숙하다.

그래서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익숙함은

능숙함이 아니다.


대화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영어 회화가 아니라,

한국어 회화일지도 모른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덜 상처 주고,

더 설득되고,

더 오래 기억되게 만드는 방법.


그건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방식의 문제다.


그래서 모국어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 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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