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미 복잡한 물건이라 하드웨어는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넥서스 5X는 더욱 안타까운 제품이다. 아름다운 UI, 심플한 하드웨어 디자인을 불량 메인보드가 다 망쳐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굿바이 LG폰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이미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사업부만 봤을 때, 삼성은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LG는 계속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았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개발과 관련된 인적, 물적 자원이 삼성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고, 스마트폰 산업이 평준화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나는 지금 아이폰 11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 구입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3GS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간을 따져보면 애플을 제일 오래 사용했다.
두 번째로 오래 사용한 건 LG다. 세 번째는 삼성이다. 삼성의 경우, 윈도우폰 7 OS를 품은 옴니아 7을 사용했다. UI가 예뻐서 구매했는데, 불편해서 한 달도 사용하지 못했다.
LG폰은 총 4종류를 사용했다. 초콜릿, 쿠키, 옵티머스 뷰 2, 넥서스 5X. 피처폰 2개, 스마트폰 2개다. 나는 LG를 선호한다. LG 제품들은 대부분 만족하며 사용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넥서스 5X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 이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LG 스마트폰은 추천하지 못하겠더라. 뭐,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애플 아니면 삼성을 선택하더라.
개인적으로 LG에서 스마트폰 사업부를 포기한 건, 삼성에서 카메라 사업부를 접은 것보다 더 안타까운 소식이다.
삼성 카메라는 당시 외계인을 생포해서 고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놀랄 만한 광학기술을 보여줬으나 전략적으로 스마트폰에 집중한 거다. 하지만, LG 스마트폰은 여러 방면에서 도태된 거라고 보는 게 맞기 때문이다.
삼성도 갤럭시 S4, S5 시절, 흑역사를 보여줬지만, 갤럭시 S6에서 엣지 디스플레이와 함께 다시 태어났다. 이후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이슈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S8을 시작으로 갤럭시 폴드, 갤럭시 Z 플립 등으로 여러모로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LG는 계속 갈피를 못 잡은 거 같다. 마지막 플래그십 LG 윙도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LG는 초콜릿과 함께 휴대전화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에서 LG와 협업으로 휴대전화를 만든 것만 봐도 그때의 LG는 대단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와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았다. 기술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시도도 꽤 있었지만 전반적인 전략의 부재로 보인다.
아! 인사가 늦었다. 헤엘로우?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테크를 고민하는 벤야민이다. LG에서 롤러블 스마트폰에 대한 떡밥을 던지고 나서 갑자기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당황해서 그렇다.
넥서스 5X의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LG폰과 좋은 기억이 더 많기 때문에, 내 손을 거쳐간 LG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초콜릿폰
첫 번째는 초콜릿폰이다. 인사할 때마다 말하지만, 나는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테크를 고민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나에게 휴대전화는 귀찮은 도구다. 당시 휴대전화 요금이 달에 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고, 전화는 항상 무음을 유지했다. 전화 통화를 싫어하는 터라 지금도 전화 통화는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곤 시도하지 않는다.
초콜릿폰은 내가 공익근무요원이었을 적이다. 바꾸게 된 계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인기 있던 모토로라 RAZR의 후속 모델인 슬라이드형 Z와 초콜릿폰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다.
초콜릿폰은 상대적으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더불어 디자인이 심플했다. 특히, 검은색 바디와 붉은 빛나는 터치 패드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LG 키패드 역시 구매에 한 몫했다. 스마트폰은 풀사이즈 키보드를 제공하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키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피처폰 시대엔 숫자키 12개의 버튼을 조합해서 문자를 보냈다. 난 지금도 삼성 천지인을 비롯해서 다른 방식의 키패드가 불편하다. 그나마 kt에서 시작한 LG 방식이 익숙하다.
2. 쿠키폰
호주로 이주하기 전까지 계속 초콜릿폰을 사용했다. 호주에서도 처음 사용한 휴대전화가 초콜릿폰이다. 당시 아이폰 3G가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었고, 다음 세대 아이폰이 나온다는 루머가 돌고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전화 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부모님과 통화할 때나 아르바이트 픽업 약속 외엔 휴대전화가 필요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외국인 친구들이 생기면서 서로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12개의 버튼으로 영문을 작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키패드마다 숫자 순으로 abc, def, ghi 이런 식으로 알파벳이 배치되어 짜증을 유발한다.
그때쯤 쿠키폰이 출시했었다. 쿠키폰은 피처폰이지만 감압식 풀 스크린에 쿼티자판을 지원해 영문 작성이 쉬웠다.
게다가 호주에서 사용하던 피처폰들은 한글을 지원하지 않았는데, 쿠키폰은 무려 한글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당시 스마트폰은 생소했고, 한글이 되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아이폰 3GS를 구입하고, 쿠키폰은 어머니께 넘겨드렸다.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까지 호주에서도 어머니와 한글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3. 옵티머스 뷰 2
옵티머스 뷰 2를 사용한 건 따로 선택지가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사용하던 애플 제품들이 하나둘씩 맛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폰도 전원 버튼이 말썽이 생겨, 동생 친구가 예전에 사용하던 옵티머스 뷰 2를 업어왔다. 계속 iOS만 사용하다가 안드로이드로 넘어오니 어색했다. 그리고 4:3의 화면 비율은 초콜릿폰 때의 LG가 느껴졌다.
안드로이드에 적응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폰 컬러가 전체적으로 둔탁한 느낌의 핑크라 그게 좀 거슬렸다.
옵티머스 뷰 2는 2012년 9월 28일에 출시된 제품이다. 무게 159g에 가로 85.6mm, 세로 132.2mm, 두께 9.4mm로 독특한 비율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는 768 x 1024 256 ppi 5형 IPS 패널 TFT-LCD 패널이다.
퀄컴 1.5 GHz 듀얼 코어 CPU와 2GB 램으로 동작한다. OS는 안드로이드 4.4.2 킷캣과, 옵티머스 UI 4.0까지 업데이트를 지원했다.
내장 메모리는 16GB다. 마이크로 SD로 최대 32GB를 추가할 수 있다. 지금은 찾기 어려운 착탈식 리튬 이온 배터리를 품었다. 지나고 보니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4. 넥서스 5X
옵티머스 뷰 2를 쓰면서 아이폰 6s로 넘어가려 했었다. 동시에 안드로이드 OS 레퍼런스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삼성이나 LG에서 제조하는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하드웨어와 UI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별 UX는 차이가 크다.
안드로이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좀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고, 고민 끝에 넥서스 5X를 선택했다.
당시 UI 디자인은 플랫한 디자인으로 변경되는 과도기였다. iOS가 유리와 빛의 삼원색을 버무린 느낌이라면, 안드로이드는 종이의 느낌을 UI에 녹여냈다.
개인적으로 종이접기를 비롯 종이로 하는 공예를 좋아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구글의 디자인 언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UI/UX가 마음에 들어도 LG가 제조한 하드웨어의 문제는 심각했다.
전반적으로 만족하면서 사용은 했는데, 1년이 좀 지나고, 무한 부팅 후 벽돌이 되었다. 메인보드가 맛이 간 거다.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를 받고, 이후 불안해서 아이폰 8으로 갈아탔다.
넥서스 5X의 카메라가 좋고, 구글 포토가 바로 연동되어 보조 카메라로 사용했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동일한 증상을 보이니 정이 뚝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넥서스 5X는 나의 마지막 안드로이드다. 이별이 좋지 않았다. 넥서스 5X도 LG의 마지막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이다.
구글은 넥서스의 바통을 픽셀로 넘겼다. 픽셀은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아 이제 우리나라에서 안드로이드 레퍼런스는 정식으로 구할 수 없다. LG는 더 이상 안드로이드 레퍼런스를 생산하지 않는 듯하다.
이후로 LG는 우리가 잘 알듯이 스마트폰에서 무한 삽질을 했다. 개인적으로 LG가 초콜릿폰 때부터 보여줬던 실험 정신은 지속적으로 응원했고, 삼성처럼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제패했으면 했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같이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도태된다. 종종 부활도 하는 거 같지만 성공사례는 아직 못 들어본 거 같다.
앞으로 LG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보기 힘들 거다. 롤러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LG 정도의 기업이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 가능성 0% 라고 하지는 않겠다.
스마트폰은 이미 복잡한 물건이라 하드웨어는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넥서스 5X는 더욱 안타까운 제품이다. 아름다운 UI, 심플한 하드웨어 디자인을 불량 메인보드가 다 망쳐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굿바이 LG폰. by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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