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오더라도 내연기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요 보단 욕망으로 차는 럭셔리 시계의 영역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동차의 기계적 원리는 참 흥미롭다. 변속기나 엔진구조가 궁금해 관련 책을 사서 직접 연구해 볼 정도다.
연료의 분사와 압축, 점화와 배기 4 행정 사이클을 반복하는 엔진. 피스톤의 직선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과정. 변속기의 원리와 형태. 디퍼렌셜을 거쳐 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과 서스펜션의 구조 등등. 운전자가 까닥이는 발끝, 조작하는 스티어링에 따라 다양하고도 섬세한 기계적 움직임이 일어난다. 자동차는 알수록 놀랍고 재밌는 기계다.
오늘은 자동차의 구동 원리. 그중 구동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구동하는 큰 원리는 대부분 같다. 하지만 엔진이 캐비닛 앞에 있는지, 뒤에 있는지. 그리고 엔진이 앞바퀴를 돌리는지, 뒷바퀴를 돌리는지 혹은 네 바퀴를 모두 돌리는지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특색이 만들어진다.
1. FF (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전륜구동)
FF 구동 방식은 대부분의 국산차가 채용하고 있다. 현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제외하고 말이다. 앞쪽 후드 아래에 엔진이 있고 구동력은 바로 앞바퀴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후륜구동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아우디는 특이하게도 FF 기반의 차량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아우디 차량을 구매한다면 콰트로(quattro, 아우디 4륜 구동 시스템의 상표명)를 통해 동력을 후륜에도 전달할 수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라는 뜻이다.
다시 FF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FF는 매우 안정적이다. 구동축이 앞에서 차량 전체를 끌고 나가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거동한다. 또 FF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필요한 장치들이 앞쪽에 콤팩트 하게 모여있다. 때문에 사람이 타는 캐비닛 공간이 매우 넓다.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크고 긴 샤프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실내 바닥도 평평하게 구성할 수 있다.
단점은 명확하다. 차량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앞쪽에 많은 기계장치들이 있기에 이상적인 차량의 무게 배분을 하기 어렵다. 또 앞바퀴가 조향과 동력 전달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부하가 걸리게 된다. 급 가속 / 감속 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또 앞 구조가 복잡해 설계가 어렵다. 때문에 고성능, 고출력 차량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FF는 드리프트가 안된다. 구조적으로 말이다. 드리프트를 꼭 해야 하는지, 할 줄은 아는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고성능 FF 차량도 있는데, 바로 현대 벨로스터 N이다. 가볍고 콤팩트 한 차체와 고성능 2리터 터보 엔진, 그리고 전자식 LSD를 통해 경쾌한 운동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드리프트는 안된다.
2. FR (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후륜구동)
엔진은 앞에 위치, 동력은 뒷바퀴가 구동하는 FR 방식. 이 구동 방식은 대부분 프리미엄 자동차들이 채용하고 있다. 후드 아래에는 엔진이, 디퍼렌셜과 구동축은 캐비닛 바로 뒤에 위치한다. 앞바퀴는 조향만 담당하고 뒷바퀴는 출력을 지면에 전달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고성능/프리미엄 차량에 주로 사용되는 후륜구동 방식. 사실은 한국도 다양한 후륜구동 모델이 있었다. 대우 로얄과 프린스. 현대 포니, 스텔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밀 기계공학이 발전하며 FF 차량들의 단점들이 최소화되고 소형 FR 차량은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FR 차량은 사실 단점이 많다. 일단 동력을 전달하는 거대한 드라이브 샤프트가 좌석 가운데를 관통한다. 가운데 높은 센터 터널이 생겨 실내 공간이 작아진다. 또 변속기는 앞에서, 디퍼렌셜은 뒤에서 실내공간을 침범한다. 또 좁아진다. 그리고 동력이 앞에서 뒤로, 멀리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FF 방식에 비해 동력 손실이 크다.
또한 위험하다. 눈 오는 겨울 강남대로 언덕을 넘지 못하는 수많은 수입 자동차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FR은 조향 시 차의 방향과 동력의 전달 방향이 틀어지게 된다. 조향을 하는 앞바퀴와 동력을 전하는 뒷바퀴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장점은 전륜 구동의 반대다. 앞뒤 바퀴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선회, 조향 성능이 좋다. 앞쪽 공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변속기와 엔진을 더 낮은 위치까지 내릴 수 있다. 즉 무게중심이 낮아진다. 전, 후 무게 밸런스가 좋고 고속주행 시 승차감이 좋다. 즉 차량의 운동 성능이 좋다.
그리고 드리프트가 된다. 남자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주행법. 핸들을 돌리면 조향 방향과 후륜이 차를 밀어내는 방향이 달라진다. 이때 구동하는 뒷바퀴에 충분한 힘이 있다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조향하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 방향을 잡아가며 뒷바퀴의 미묘한 접지력을 컨트롤해 미끄러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드리프트다.
또 하나의 장점, 예쁘다. 구조적으로 프런트 오버행(앞 범퍼 끝부터 앞바퀴 중앙부까지의 거리)을 짧게 설계가 가능하며, 리어 오버행을 길게 만들 수 있다. 옆에서 차량을 보았을 때 비율 면에서 아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3. 4WD (Four Wheel Drive)
일반 승용차 분야에서 사륜구동의 선구자는 일본 스바루다. 하지만 사륜구동이 대중화된 것은 아우디가 ‘콰트로’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나서다. 얼마 전 소개했던 모터스포츠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등장하는 차량들은 모두 4WD 차량들이다. 영상을 보면 네 바퀴로 힘차게 모랫바닥을 박차는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아마 사륜구동은 아버지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가장 원하는 옵션 중 하나일 것이다. 말 그대로 네 개의 바퀴에 모두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험지를 가로지르거나, 지면의 상황이 좋지 못한 환경에 효과적이다. 네 바퀴가 모두 바닥에 힘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륜구동은 무겁고 복잡한 시스템이다. 차량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게 되면 4개의 바퀴 모두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거리가 다르다. 바퀴마다 회전 수가 다르기 때문에 디퍼렌셜과 샤프트가 여러 개 부착된다. 즉 차가 무거워지고 동력 손실이 커지며 출력 및 연비가 저하된다.
사륜구동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승용차나 도심형 SUV에 적용되는 마일드한 All Wheel Drive(AWD). 혹은 험로 주파 혹은 견인력을 위한 전통적인 Four Wheel Drive(4WD)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전자 기술력이 더해져 이제 전륜이나 후륜 구동에 비해 연비, 무게 등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한국도 산이 많아 험지가 많고 비와 눈이 많이 온다. 그래서 차량을 구매할 때 사륜구동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폭우, 눈길, 빙판길 에서는 주의를 요한다. 이때는 사륜구동이 아니라 사륜구동 할아버지가 와도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맹신하지 말자.
4. MR (Mid-Engine, Rear Wheel Drive)
람보르기니, 페라리, 맥라렌.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슈퍼카들을 떠올리면 쉽다. 2인승이고, 멋지게 생겼다. 아주 비싸고, 쉽게 타보기 어렵다. 슈퍼카처럼 비싼 차량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차량보다 비싼 것은 맞다.
최근에는 안전을 위해 차량은 커지면서 엔진은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추세이다(진짜 트렌드는 전기차지만). 때문에 캐비닛의 뒤가 아닌 앞쪽에 딱 붙여서 설계하는 형태의 MR 차량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BMW Z4, 혼다의 S2000이 쉽게(?) 도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 MR 모델이다.
차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바로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사람이다. MR의 경우 이 무거운 모든 것들을 차의 중심에 몰아넣는다. 그러면 회전할 때 휘둘러지는 무게가 가벼워지고 차량의 운동성능이 극대화된다.
덕분에 코너의 진입, 코너 속도 유지, 가속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터레이스인 포뮬러 1(F1) 차량 역시도 따지고 보면 MR 방식의 차량이다. 반면 엔진 소음이나 열이 쉽게 캐비닛으로 유입되고, 엔진이 뒤에 있다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할 엔진이 없어 안정성이 떨어진다.
5. RR (Rear Engine, Rear Wheel Drive)
쉽게 말해 버스다. 버스 엔진은 일반적인 차량의 트렁크 자리, 즉 뒤에 위치한다. RR 형태의 시초는 군용차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엔진을 총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전륜구동 개발 전까지는 RR 형태가 소형차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포르쉐 911과 폭스바겐 비틀이 대표적.
포르쉐 911은 지금까지 RR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차량으로 유명하다. 포르쉐의 자랑이자 약점(?)인 6기통 수평대향 엔진(Flat-Six, F6)과 함께 포르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911의 상징이기 때문.
RR의 정확한 구분은 뒷바퀴 축보다 더 뒤쪽에 엔진이 위치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차량의 조작이 힘들어진다. 무게중심이 뒤로 치우치며 앞바퀴에 무게가 덜 실려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 많은 테크닉을 요구한다. 구동하는 뒷바퀴가 지면에 꽉 눌린다는 점 밖에 뚜렷한 장점이 없다.
사실은 최고의 장점이 있다.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 차를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막상 운전하는 사람은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우리가 911을 사야 하는 이유이다.
마치며
전기차가 자동차의 설계, 기계적 트렌드를 마구 뒤바꾸고 있다. 더 저렴하고 효과적이고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그 추세는 거스르기 힘들어 보인다. 사실 전기차 플랫폼에서는 저런 자동차의 구조 및 형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바퀴 별 출력과 회전 수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계산을 통해 효율적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 자동차의 기계식 구동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쓸모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 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니까. 전기차 시대가 오더라도 내연기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요 보단 욕망으로 차는 럭셔리 시계의 영역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by 벨레 매거진
[지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