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벨레 매거진 독자 여러분, 에단이야.
오늘은 지난번 포뮬러 1에 이어 현대자동차의 우승으로 국내에도 유명해진 ‘World Rally Championship (WRC)'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이름부터 생소한 WRC. 어떤 스포츠고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WRC란?
World Rally Championship. 약칭 WRC는 포뮬러 1과 마찬가지로 국제 자동차 연맹 FIA가 주관하는 국제 랠리 대회야. ‘랠리’라고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레이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방식이지.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도는 것이 아닌,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까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를 각자 기록하는 타임 트라이얼 대회라고 생각하면 돼.
WRC는 매 시즌 13-14개의 랠리로 구성되는데, 하나의 랠리는 3일 동안 하나의 국가에서만 진행돼. 국가나 지명의 이름을 따 ‘몬테카를로 랠리’ 등으로 불리지.
그리고 하나의 랠리는 약 2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서, 총 주행시간과 페널티로 받은 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매겨. 이렇게 얻은 점수들은 랠리들이 끝난 뒤 선수 순위와 팀 순위가 결정지어져. 현대자동차가 i20 WRC로 2019년, 2020년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어.
지난번 포뮬러 1의 경우 잘 닦인 타막 코스를 계속 도는 경기이기 때문에 지겨울 수 있는 이벤트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찾아 소개했어.
하지만 WRC는 비주얼 자체로도 엄청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모터스포츠야. 갤러리들이 둘러싼 좁디좁은 산길을 150km/h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멍하니 화면을 보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어.
WRC는 랠리 장소에 따라 눈 쌓인 숲 속을 날아갈 듯 달리고, 들소가 뛰노는 벌판이나 깎아지른 절벽 위 커브길을 미끄러지며 주행해.
이탈리아 랠리의 경우 바다 옆 코스를 달리기도 하고 사막 위를 달리기도 하지. 비라도 오게 되면 늦게 출발할수록 앞 경기 차량이 만들어 놓은 진흙탕 바큇자국의 영향을 받기도 해.
랠리카엔 2명의 드라이버가 탑승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Co-Driver)로 구성되어 있는데 코-드라이버는 지속적으로 코스에 대한 내용을 드라이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 드라이버는 물론 운전 담당이야.
좁은 험로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차 안에서 지도를 보며 랩을 하는 코-드라이버를 보면 어떻게 멀미를 안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멀미약을 먹고 탈까? 팀워크와 믿음이 없으면 WRC 완주는 불가능해 보여.
각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모든 일들은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에 달려 있어. 랠리카가 어디에 걸리거나 고장 나거나 전복되어도 둘이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지.
하지만 WRC의 관중들은 굉장히 능동적이야.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랠리카가 있다면 달려가서 꺼내 주고, 심지어 전복된 차도 모두 달려들어 도로 돌려놓지. 내가 관중이라면 이 앞의 헤어핀에서 차가 전복되기를 기대할 것 같아(ㅋㅋ).
랠리카 역시 굉장히 재미있는 자동차야. 랠리카는 험지를 빠르게 주파하는 자동차답게 사륜구동이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해. 드라이버는 브레이크와 스로틀, 핸드브레이크를 적절히 이용해 자동차를 미끄러뜨리며 코스를 공략하지.
작고 경쾌한 섀시는 좁은 코너를 민첩하게 돌아나가고, 끊임없이 감속과 가속을 하기 때문에 기어비 설정은 가속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져 있어. 2019, 2020년 제조사 챔피언인 현대자동차 i20 WRC의 경우 제로백(0 to 100 km/h)이 4초에 이르고 엔진 가격만 2억 원이라고 알려져 있지.
WRC 랠리카는 포뮬러 1 머신처럼 자동차 공학의 정수를 쓸어 모아 만들지는 않았지만 1600cc 엔진으로 380마력을 내는 굉장히 스포트한 자동차야.
하지만 스테이지와 스테이지를 이동할 때에는 공도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도로 규정에도 부합해야 해. 각 국가 번호판을 달고 이동한다는 게 재미있지. 만약 공도를 이동할 때 교통법규를 어긴다면 벌금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대회에서 페널티가 주어져.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은 알고 있을 스바루 임프레자, 미츠비시 랜서 에볼루션 같은 랠리카 역시 WRC를 통해 이름을 알렸어. 어딘가의 자료화면에서도 사실 우리는 자주 WRC의 한 장면을 보고 있지.
하지만 생각보다 접하기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모터스포츠야. 현대자동차가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오르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WRC를 보고 즐기면 좋을 것 같아. 거친 야성미가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by 벨레 매거진
에단 한마디 : 인간의 경이로운 운전 능력을 보고 싶다면 W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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