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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레매거진 Aug 04. 2021

겨울 한라산 백록담 탐방

1. 계획

작년 12월 주말,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겨울에는 야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뒹굴뒹굴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직장 동료가 보낸 카톡에 망설임 없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겨울 백록담이 예쁘다고 1월 중 일정을 잡을 테니 같이 보러 갈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나 말고도 2명이 더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막상 간다고 얘긴 했지만,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4명이 동시에 연차를 쓰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주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나를 제외한 3명은 주말에도 시간 내기가 어려운 유부남들이었기 때문에 내무부 장관의 결재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나는 지금이 행복한 삶인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최종 일정은 이랬다. 

금요일 퇴근 후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고 토요일에 서둘러서 백록담을 보고 빠르게 하산해서 당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도착하는 계획이었다.


2. 출발

비행기표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다. (not bad)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와 특가를 활용해서 10만 원 이하로 왕복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었다.

평소 자주 타지 못하는 비행기여서 그런지 여행 출발 전 설렘이 나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김포공항 내부 비행기 모양 조형물



탑승 수속


도시의 불빛


제주도 출발 전날 챙겨 두려던 아이젠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했다. 

겨울 한라산 뿐만 아니라 이름있는 명산을 등산하려면 아이젠은 필수다. 천만 다행히도 게스트하우스에 장비 대여 서비스가 있어 결국 5천 원을 주고 대여했다.


정상에서 먹었던 무료 주먹밥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다음날 작은 생수 하나와 정상에서 먹을 주먹밥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게다가 등산로 입구까지 차로 픽업 해준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몇 곳 더 있다고 하니 한라산 등산이 목적인 사람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사전에 확인해두면 좋을 것 같다.



3. 한라산 등산 (관음사-백록담-관음사 코스)

오전 7시 관음사에서 출발했다. 아직 초입이라 그런지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다.

관음사 초입

입구에서 찍었던 사진 이후 한참 동안 카메라를 꺼내지도, 촬영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5km 지점부터는 계단이 있던 곳이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눈 쌓인 등산로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나뭇가지에 쌓인 눈들은 마치 꽃잎이 핀 것처럼 보였다.


눈 덮인 봉우리


눈 덮인 봉우리 반바퀴



백록담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구간에서 신기한 모양으로 눈이 굳어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강한 바람과 정상의 낮은 기온 때문에 눈이 조금씩 녹았다 얼었다 반복하면서 이런 모양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겨울 백록담. 참 예쁘다



이 여정의 계기가 되었던 ‘예쁜’ 백록담을 보기 위해 금, 토요일을 반납하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겨우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체력 고갈로 카메라를 수없이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다행히도(?) 아직 까진 내 옆에 있어서

사진으로 나마 예쁜 백록담을 담을 수 있었다.


4. 마치며

목표는 백록담 정상이었지만 등산을 하면서 보았던 풍경(대자연의 절경) 때문이었을까?

자비 없이 쌓인 눈들을 헤치고 끝까지 올라갔던 인내력의 한계에 도전했음 때문이었을까? (칭찬해)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더 생생하게 기억이 남아 있다.


등산은 출발하기 전 까지가 가장 어렵다. 몸은 힘들지만, 막상 첫걸음을 떼고 나면 도시에서 볼 수 없던 풍경과 소리, 숲내음이 보상을 해준다. 

독자 여러분들도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 보자. 

아 맞다. 다이어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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