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엘로우?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테크를 항상 고민하는 벤야민이다.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맥북을 사용하면 마우스가 필요 없다. 2008년부터 맥북에 제스처를 인식하는 멀티터치 트랙패드가 적용되고 더더욱. 글라스 소재를 사용한 유니바디 맥북의 트랙패드는 매끄러운 촉감으로 사용감이 좋다.
클릭의 세기를 인식하는 포스터치도 적용되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맥북 시리즈의 트랙패드는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중이라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 맥북의 트랙패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간파한 건지 애플에선 아이맥이나 맥 프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매직 트랙패드도 내놓게 된다.
지금이야 윈도우용 노트북에도 버튼이 따로 안 보이는 멀티터치 트랙패드가 기본이지만, 씽크패드의 전유물로 보이는 빨콩, 포인팅 스틱도 많이 사용했었다. 윈도우용 노트북의 어색한 트랙패드보다 사용감이 더 나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인트 스틱이 씽크패드 노트북의 아이덴티티 같은 느낌이라면, 최근에 출시되는 윈도우용 고급형 노트북의 경우 터치스크린, 또는 스타일러스를 제공해 마우스가 필요 없어 보이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트북은 마우스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데스크톱은 마우스가 필수다.
애플의 대표적인 데스크톱 모델은 아이맥이다. 아이맥을 구입할 때 기본 구성품은 맥북의 기본 키 구성과 같은 숫자키가 없는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다. 애플 공식 판매처에서 구입하면 돈을 좀 더 보태 숫자키가 있는 매직 키보드와 매직 트랙패드로 교체도 가능하다.
이렇듯 키보드와 마우스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꼭 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마우스는 지금도 목적에 따라 모습이 진화해가며 적합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마우스의 인연은 각별하다. 최초로 마우스의 보급을 성공한 게 맥이기 때문이다.
1983년 등장한 APPLE LISA는 애플 최초로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데스크톱이다. 당연히 마우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친 가격 때문이었는지 시장에선 처참하게 외면당하고 망한다. 그리고 1년 뒤, 최초의 맥이 등장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 Macintosh 128K는 GUI와 마우스를 보급하는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된다. 이때의 OS가 MacOS의 시작인 System 1이다. 새로운 버전이 개발되고 판올림이 될 때마다 숫자가 올라가고 Mac OS 7으로 변했다가, OS 9, OSX, MacOS로 네이밍이 변했다.
GUI OS와 마우스를 처음 보급시킨 자신감 때문일까? 애플의 마우스는 철학이 하나 있다. 마우스의 버튼은 하나여야 한다는 거다. 버튼 하나로도 클릭, 더블클릭, 드래그&드롭, 그냥 누르고 있기, 트리플 클릭 등의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고, 키보드의 커맨드 키를 함께 누르면 오른쪽 클릭과 같이 할 수 있긴 하다.
애플 마이티 마우스부터 오른쪽 버튼을 허용했지만 눌리는 버튼은 역시 하나다. 손가락이 닿는 부위에 터치센서를 넣어 검지를 떼고 클릭하면 오른쪽 버튼으로 인식하는 형태다.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랍다.
마이티 마우스는 말 그대로 그때 당시엔 꽤 전지전능해 보이던 마우스였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우스들이 왼쪽과 오른쪽 버튼 사이에 휠이 있는 형태가 많은데, 휠의 자리에 조그만 볼이 자리하고 있어서 전방향 스크롤이 가능했다.
그리고 스퀴즈 버튼이 있어 레몬을 짜듯 마우스에 힘을 주면서 꽉 쥐면 설정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마이티 마우스는 동명 애니메이션과 상표권 분쟁으로 애플 마우스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고, 터치로 스크롤을 하는 매직 마우스의 등장 이후 꽤 오랜 시간 사랑받다가 단종됐다.
매직 마우스 또한 멀티터치가 된다지만 눌리는 판은 하나다. 원버튼 클릭의 철학은 맥북에 들어가는 트랙패드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멀티터치 제스처를 지원하기 전 트랙패드의 물리적 버튼도 하나였다. 맥을 위한 매직 트랙패드도 멀티터치를 지원하지만 하나의 큰 판이 눌리는 방식이다.
생각해보면 아이폰, 아이패드의 홈버튼도 하나다. 하지만 원버튼 클릭이라는 지독한 한계상황에서 고민한 결과 때문인지, 애플의 멀티터치 제스처는 다른 노트북이나 태블릿 컴퓨터 회사의 것보다 사용할 때마다 놀라울 정도다.
게다가 애플은 물리적인 버튼을 점점 줄여나가는 추세다. 2014년 처음 등장한 애플 워치에 적용된 포스 터치가 그 시작이다. 포스 터치는 압력 감지 센서로 터치, 누르기, 세게 누르기를 구별한다. 이후 아이폰 6s에 적용된 3D 터치는 압력의 감도까지 인식하여, 누르기의 세기를 단계적으로 인식한다.
게다가 탭틱 엔진은 사용자에게 물리적으로 눌리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탭틱 엔진은 아이폰 7부터 물리적 홈버튼도 대체하는데, 이 홈버튼은 전원이 켜져있지 않았다면 눌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버튼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스 터치는 2015년 맥북에 처음 적용되고, 이후 맥북프로와 2018년에 리프레시된 맥북에어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폰은 XR부터 3D 터치를 위한 압력 감지 센서를 없애더니, 11부터 터치의 시간으로 누르기를 인식하는 햅틱 터치로 완전히 전환된다.
애플 워치 또한 2020년 출시된 시리즈 6와 SE부터 압력 감지 센서를 제거하고 포스 터치를 없앴다. 사용자에게 애매하고 생산단가만 올리는 인터페이스는 과감히 제거한다. 심지어 업데이트된 iOS나 WatchOS에서도 해당 인터페이스 지원을 없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GUI와 마우스도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것을 스티브 잡스가 시장성에 확신을 갖고 맥에 적용하고 보급시킨 것처럼,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다양한 제스처 사용을 볼 때, 마우스와 같은 맥락으로 실험적 적용과 함께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고민한다.
아이패드는 멀티터치 제스처와 더불어 애플 펜슬까지 더해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는 중이다. 특히, 드로잉과 캘리그래피에서는 막강한 생산용 기기가 되었다. 하지만 iPadOS이후로 아이패드가 마우스까지 지원하는 걸 보면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 하나는 마우스는 참 대단한 도구란 거다. GUI와 함께 시작한 마우스가 애플 펜슬과 멀티터치 제스처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면 마우스의 생명력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정교함이 필요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의 조합보다는 맥과 마우스의 조합이 생산성이 더욱 높다. 그리고 아직도 크리에이티브 쪽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마우스는 기본이다. 개인에게 적합한 마우스를 선택해서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중이다.
다만, 지금의 매직 마우스 2는 아무리 봐도 정이 안 간다. 다양한 세대의 애플 마우스를 만나봤다. 최악은 하키 퍽 모양의 마우스였고, 마음속의 원픽은 마이티 마우스다. 유선 마이티마우스는 딱 봐도 하얀 쥐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물리적인 볼스크롤은 볼마우스처럼 때가 끼기도 하지만 참 매력적인 마우스다.
가장 오래 사용한 건 매직 마우스다. 얇아서 가져다니기도 편하고 돈을 벌어다 주던 제품이기도 하다. 매직 마우스 2는 내적 고민이 커진다. 매직 마우스 2의 충전방식을 보면 애플 펜슬 1의 충전방식은 양반이다.
애플 제품 중, 매직이 붙은 제품들은 마법같이 비싼 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원톱은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다. 곰곰이 키보드와 트랙패드의 가격을 조합하면 납득할 수 있는 마법에 걸리게 되긴 한다만, 매직 마우스 3가 출시 예정이라면 다른 매직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멀티터치와 포스터치도 적용하고, 애플 펜슬 2처럼 무선 충전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삼성 노트북같이 맥북의 트랙패드 위에 올려놓으면 급속 충전이 되도록 말이다. 이 정도면 매직 마우스 프로가 될 거 같다.
인텔 맥이 시작일 거다. 애플 마우스 말고도 다양한 마우스를 맥에서 사용하게 된 게. 특히, 맥미니의 등장은 일종의 도발이었다. 윈도우 사용자가 기존의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만 있으면 OSX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다.
이전부터 컴퓨터를 조립해서 OSX를 깔아서 사용하는 해킨토시라는 것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부트캠프로 맥에 OSX 외에 윈도우 같은 다른 OS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던 터라 다양한 서드파티 키보드나 마우스를 맥과 함께 사용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로지텍이다.
로지텍은 예전부터 마우스로 인지도가 높았다. 마우스 외에 키보드, 웹캠, 헤드셋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맥 전용 제품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전용 제품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보통 애플 전용 액세서리는 고유의 디자인 때문인지 몰라도 가격이 꽤 비싸다.
로지텍은 애플과 독점 계약을 맺고, 애플 전용 액세서리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애플 펜슬을 대체하는 크레용이나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를 대체하는 폴리오 터치 같은 제품들 말이다.
로지텍에서 만드는 애플 전용 액세서리는 만족감이 꽤 높다. 몇몇 제품은 애플의 오리지널 액세서리보다 합리적인 소비로 인도한다. MX Master 3나 MX Anywhere 3 같은 제품은 일반적인 PC용으로 출시되었다가 맥 전용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같은 이름 뒤에 for Mac을 붙이고, 색상을 맥의 고유 컬러와 어울리게 새로운 색상을 적용했다. 구성품은 맥의 최신 인터페이스에 알맞게 USB-C to USB-C 충전 케이블을 제공하거나 맥에는 필요 없는 로지텍 유니파잉 수신기는 빼는 등 소소한 변화가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이미 맥북은 마우스가 필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마우스는 PC보다 오랜 기간 맥과 인연을 이어왔다. 게다가 맥을 닮아가는 아이패드도 마우스의 인연을 이어나갈 셈이다. 또 맥은 아이패드를 닮아가는 중이다. 이러다 맥이 애플 펜슬을 지원할 법도 하다.
이미 윈도우 노트북의 경우 제조사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터치도 가능하고 스타일러스도 사용이 가능하다. M1 프로세서로의 이주를 시작한 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마우스를 계속 잡을지, 아니면 마우스를 접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