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한구석에 다리가 부서져 방치되어 있는 접이식 좌식 책상 하나가 자꾸 눈에 밟혔다. 버려지는 물건이다. 상당히 사용감이 있는 데다가 다리를 접고 펴는 철물도 부서져 있고, 원형 다리도 하나가 부러져서 고쳐 쓰기에는 무리인 듯하다. 혹 주인이 있는 물건인지 한참을 수소문했는데 없는 모양이다. 우리 목공방은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들고나는 회원들이 있으니 가끔은 방치된 목재들도 있다.
또 공방 여기저기에 자투리 목재들이 굴러 다니기도 한다. 뭐 나무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한 귀퉁이에 못쓰는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으니 이리저리 치인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이런 나무들이 한참 쌓이면 의외로 많은 양이어서 작업에 불편을 초래하니, 일정한 주기로 정리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게 꽤 양이 되고, 크기가 제 각각이어서 당장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다 쓸 수 있는 나무다. 심지어 새것이기도 하다.
자투리는 목공방에서 ‘원장’이라고 부르는 큰 판재를 자르고 난 나머지를 말한다.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원장의 크기는 2,440mm × 1,220mm로 꽤나 큰 편이다. 이 원장을 원하는 치수에 따라 이리저리 잘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도면을 잘 그리더라도 어느 정도 자투리는 나오게 된다. 물론 절취도를 그리지 않고 자르면 자투리 양은 훨씬 더 많아지게 된다. 일정한 크기가 있는 자투리는 각자 보관해 쓰기도 하지만 작은 것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여기에다 만들어 사용한 지 오래되어, 낡고 부서진 가구들이나, 쓰임새를 잃어버려 방치된 여러 목재제품들까지 합치면 정말 많은 목재들이 버려지게 된다. 버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일일이 잘라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니 이래 저래 손해가 나는 일이다.
버려진 접이식 좌식 책상을 보고 있자니 저걸 앉을 수 있는 무언가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모서리를 잘라버리면 딱 엉덩이 붙이기 좋은 크기가 될 것 같아 일단 자르기로 했다. 전동 드라이버로 다리를 고정한 철물을 해체해 상판을 떼어냈다. 이 상판을 테이블쏘를 이용해 정사각형으로 자르고, 표면은 샌딩을 해서 색이 칠해진 부분을 한 꺼풀 벗겨내는 작업까지 마쳤다. 목표는 다목적 스툴을 만드는 것이다. 폐목재와 자투리만으로 스툴이 예쁘게 만들어 질까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다 자르지 않았는가? 시간도 상당히 걸렸고.
문제는 다리인데 새 각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투리를 사용하려니 크기도 크기지만 , 나무의 재질이 다 다르다. ‘레드파인’도 있고, ‘스프러스’도 있고, 옹이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심어지어 나무의 색도 조금 진한 것, 옅은 것, 제 각각이다. 이러다 얼룩덜룩, 얼기설기한 엉터리 스툴이 나올까 싶다. 다행히 크기에 맞춰 자르고, 표면에 칠해진 바니쉬나 페인트를 벗겨내고 나니 나름 원목의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 작은 자투리 조각을 연결해 ‘에이프런’이라고 부르는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주고, 여기에다 다리를 연결해 주었다. 다리 하나는 옹이가 떨어져 나와 파인듯한 상처가 나있지만, 나무의 시간이 각인돼 있는 듯이 느껴졌다. 물론 내 느낌이지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작업한 다리 부분에다가 버리는 책상에서 떼어낸 상판을 얹으니 그럴듯한 스툴이 완성됐다. 나무의 재질이 제 각각이고 지워지지 않는 생채기들이 있는 목재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나무가 자라고 목재로 가공되고, 다시 가구가 되어 다양한 쓰임으로 살아온 연륜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무의 단면을 자르면 사계절을 살며 시간을 쌓아온 나이테가 있지만, 이런 업사이클링 가구는 자연의 시간에 사람의 시간이 덧입혀져 있다. 떨어진 옹이와 생채기와 못 자국 같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