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금지가 이렇게 예쁠 일인가요?

어쩌다 목공 ++ ② 주차금지 표지판

by 황반장

“주차금지 표지판 하나 만들어 주실래요?”


아직 초보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에 주문을 받았다. 취미로 목공을 시작하고 SNS에 작업물을 올리곤 했는데 이걸 보고서는 제작 주문이 생긴 것이다. 목공 생활 이래 첫 주문. 물론 업무관계의 지인이고, 비용을 받는것도 아니다. 또 대단히 어려운 작업도 아니었지만, 누군가 나의 작업물을 보고서 ‘이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다’라고 판단해주었으니 나름 좋은 기대를 받은 모양이다.


주문을 받았으니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아니, 욕심이 더 맞는 말이었다. 주차금지판, 흔하다.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노란 플라스틱 입간판 형태들이 대표적이고 검색해 보면 다양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걸 구매하지 않고 따로 요청을 한 것은 뭔가 기대가 있다는 것일 테니,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여러 가지 디자인도 참고해 보면서 나름의 생각을 좁혀 나갔다. 결론은 나무의 질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유행하는 레트로(retro) 감각을 입혀보자는 것이다. 나무는 '레드파인'을 길게 재단하고,경첩을 이용해 연결해주는 단순한 작업이다. 옛날 느낌 문고리를 달아서 레트로 감성으로 보이게 했다. 문제는 ‘주차금지’라는 글자인데 이걸 어떻게 하느냐는 것! 지금 같으면 레이저 각인기로 글자를 새겨 넣기라도 할텐데 당시에는 공방에 각인기가 없었다. 나무를 글자 모양으로 조각조각 잘라 붙여봐? 음각으로 파내 볼까?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마땅히 마음에 차지 않았고, 또 이 작업을 해내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번민의 나날이 하루하루 압박으로 쌓여가던 중, 마치 예언처럼 서쪽에서 바람을 타고 귀인이 나타났다. 우리 뚝딱이 목공방의 실력자 정쌤. (우리는 회원들 서로의 호칭을 '쌤‘이라 부른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이만큼 편한 호칭이 없다. 진짜 학교 선생님들도 몇 분 계신다.) 이분은 뚝딱이 목공교실 2기로, 제일 무섭다는 한 기수 위 선배님 이다. 평소의 조곤 조곤한 말투와는 좀 다르게, 목공 작업을 시작하면 남자도 한 번에 옮기기 어려운 2,440 × 1,220 크기의 목재 원판을 번쩍번쩍 들어 재단을 하는, 진격의 미학을 보여주곤 하는 분이다. 아무튼 정쌤이 들어오셔서 ‘이런 걸 만들려는데 요래 요래 조래 조래...’ 설명을 하자 ‘스텐실로 하세요’라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꿈자리가 좋았나 싶었다.




스텐실용 붓이나 아크릴 물감이 흔하진 않아서 홍대 앞까지 가서 구매해왔다. 인터넷에 있는 무료 글꼴 중에 레트로 한 느낌의 폰트를 설치해 준비했다. 그런데 실제 작업이 쉽지가 않았다. 글자판을 나무에 붙이고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데 이리 퍼지고, 저리 물들고, 우리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그려낸 수채화 풍경 같은 것이 자꾸 만들어졌다. 그때 다시, 서쪽에서 바람을 타고 귀인께서 나타났다. (지층에 위치한 우리 목공방은 서쪽으로 유리문이 나있다) 손에는 물감을 잔뜩 묻히고 진도는 못 나가는 모양이 안쓰러웠던지, 아니면 답답해 보인건지 ‘물감을 그렇게 칠하지 마시고, 붓을 세워 살살 두드리세요. 스텐실은 칠하는 게 아니고 작은 점을 찍듯이 두드려서 색을 입히는 거예요. 그렇게 명암도 조절하면 빈티지하게 돼요’ 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쉽지 않았던 주차금지 표지판을 완성했다. 작업의 난이도를 떠나 재료에 맞는 작업 방법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온 며칠이었음이 분명하다.


완성된 표지판을 전달했다. 그리고 툭 돌아온 한마디.


‘"아니! 주차금지가 이렇게 예쁠 일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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