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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희 Aug 23. 2023

백견불여일행

미국에서 우버 타기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다녀왔다. 15년 전에 미국을 떠났지만 그전에 7년 또 아주 오래전에 13년을 살았기 때문에 미국은 늘 친숙하고 그리울 때도 있다. 코로나가 나기 전에는 매년 방문했고 때로는 두세 번도 다녀왔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사는 것부터 가방을 챙기는 것까지 특별히 힘들 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그룹 여행에 맛 들이고 대중교통만 이용하다 보니 비행기 예약부터 현지에서 이동 수단 등 신경 쓰는 게 골치 아팠다. 용불용설인가?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니 빨리 끝내자. 그래서 두 달 전에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한 달 전에 모든 설물을 준비했다. 그러나 비행기 시간을 못 맞출까 걱정되어 한숨도 못 자고 탑승했다. 


9시 40분. 오헤어 공항에 내렸다.  비행기 연결 통로로 빠져나오니 공항 직원이 몇 명 서 있다. 남미 사람 같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단어만 툭툭 던지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싱글벙글 인상이 좋다. 공항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나? 동료와 스페인어로 수다를 떤다. 외국 항공기 터미널이어서 그런가? 전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이민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긴 줄에 섰다. 대답할 말을 준비했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수하물 찾는 곳에 가니 가방은 벌써 나와 있었다. 비행장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나중에 보니 내가 내린 터미널 5번이 확장공사를 한다고 했다.   


10시 20분. 터미널 5번에서 우버를 불렀다. 메시지가 떴다. 터미널 2번으로 가라고 했다. 터미널 2에는 우버를 타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었다.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입력하고 오지 않아 신용카드를 찍고 정보를 넣는 동안 인터넷이 끊겨서 오래 걸렸다. 카트 입력을 마치고 목적지를 입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용 가능한 택시가 뜨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젊은 미국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우버를 불렀는데 아무 응답이 없네요. 택시가 없을 수도 있나요?" "아뇨. 보통 다 가까이 있어요. 저는 우버보다 리프트가 싸서 그걸 이용하지만 우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 폰 좀 확인해 줄 수 있나요? 뭐를 잘못했을까요?" 그녀가 내 폰을 막 확인하려는 순간 그녀의 택시가 왔다. "죄송해요." 마음이 급해졌다. 폰을 껐다 다시 켜고 우버앱에 들어가니 다행히 택시가 응답했다. 


12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를 내려주고 간 택시가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 계속 우버 화면에 보였다. 택시를 부를 때 실시간으로 택시의 위치를 보겠냐는 질문에 "예"라고 누른 걸 후회했다. 세팅에 가서 실시간 기능을 꺼야 했는데 핸드폰만 껐다 켰다. 영수증은 보이지 않고 불렀던 택시의 실시간 화면만 보여서 취소 버튼을 눌렀다. 문자가 왔다. 86달러가 카드에서 빠져나갔다. 56불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이미 목적지에 내려주고 간 택시라 취소 버튼을 눌러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취소 버튼은 부른 택시를 취소하는 거여서 30불이 자동으로 부가된다고 했다. 문제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찾았지만 메시지 기능만 있었다. 곧바로 상황을 문자로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는 해결됐다. 처음에는 전화번호가 없어서 당황했는데 오히려 메시지가 편했다. 옛날에는 전화를 붙들고 한참 기다렸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는데 메시지는 금세 답장이 왔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우버 택시를 미리 예약하고 취소하고 싶을 때 핸드폰으로는 안 된다. 적어도 내 아이폰으로는 안 됐다. 그러나 컴퓨터로는 가능했다. 역시 사람은 경험하면서 배운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자 배도 고프고 잠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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