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희 Jun 02. 2024

<<외모와 현실>>

소설 속에 나온 프랑스인의 불륜 같지 않은 불륜

정말 프랑스 사람이 그럴까? 윌리엄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단편소설 <<외모와 현실(Appearance and Reality)>>은 영국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들려준 어떤 고위 관직자와 그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교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 문호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 장 드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 작품을 읽으면 프랑스 국민에 대해 많을 걸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라블레의 음담패설, 라 퐁텐의 요령, 코르네유의 허세. 프랑스를 상대하는 영국 통치자라면 반드시 그들의 글을 읽어봐야 하는데 그가 말하려는 이야기는 앞서 말한 작가들이 표현했던 “프랑스인의 세 가지 주요 특성을 매우 뚜렷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교육적 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했다. 

 

이야기의 두 주인공은 르 쑤어 씨(Monsieur Le Sueur)와 리세트(Lisette)다. 르 쑤어 씨는 결혼 전 이미 잘 나가는 기관차 제조소 사장으로 철강 공장 상속녀와 결혼하여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다른 사업에서도 성공하여 상원 의원이 된다. 르 쑤어 씨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자랑할 만한 아들 딸을 키워서 무난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르 쑤어 씨는 아내의 권유로 할 수 없이 따라간 패션쇼에서 모델로 나온 리세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주근깨가 약간 있는 맑은 피부, 큰 갈색 눈, 크고 붉은 입술. 키가 크고 날씬한 그녀가 입은 옷이 너무 좋아 보여 모든 체형의 여인들이 그것을 구매한다.  

 

곧바로 르 쑤어 씨는 리세트의 뒷조사를 하여 그녀가 검소하고, 남자친구가 없고, 영화에 관심이 있고, 고모와 살고 있고, 아버지는 1차 세계 대전에서 부상당한 영웅으로 시골에서 담배 가게를 운영한다는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영화 제작을 명목으로 리세트와 리쎼트 고모를 고급 식당에 초대한다. 그 후 리세트는 르 쑤어 씨가 얻어준 아파트에 살며 후한 용돈을 받지만 모델 일도 계속하고 알뜰하게 생활하여 모은 돈을 아버지에게 보내 땅도 산다. 르 쑤어 씨는 리세트를 만나면 기분이 좋고 편해서 마치 여태까지 힘들게 일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리쎼트에게 사업이나 국정 문제에 관해 의논하면 영리하게 들어준다. 그가 지친 것 같으면 쉬게 해 주고, 우울한 것 같으면 격려해 준다. 

 

르 쑤어 씨는 리세트 덕분에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활력이 넘쳤고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이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어 리세트에게 들렸는데, 아뿔싸, 르 쑤어 씨의 잠옷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가 그녀 옆에서 아침을 들고 있다. 내무장관은 리세트의 귀싸대기를 올리고 남자를 쫓아낸다. 그러나 르 쑤어 씨는 리세트 없이 못 살 것 같다. 그녀는 차분하고 당당하다. 그녀가 르 쑤어 씨에게 “만약 그 사람이 내 남편이고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당신은 그것이(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 행위) 매우 일상적이라고 생각하겠죠.”라고 하자 그는 ”당연하지. 그렇게 되면 내가 그를 속이게 되고 내 명예도 보장되는 거지.” 그러니까 르 쑤어 씨는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속은 게 창피한 것 같다. 그래서 리세트는 르 쑤어 씨를 설득해서 100만 프랑의 결혼 지참금까지 받고 애인과 결혼하고, 일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올 수 있는 남편이 없는 시간엔 르 쑤어 씨가 방문한다. 뭐라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르 쑤어 씨도 리세트도 각각 보면 나쁜 사람이 아니다. 르 쑤어 씨는 리세트를 만나기 전까지 일만 열심히 했고 적어도 부인이 불평했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가장 역할도 충실히 했던 것 같다. 리세트 또한 모델 일을 성실히 하며 검소함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50대 유부남과 19살 처녀의 불륜이다. 결혼 후에는 50대 유부남과 21살 유부녀의 불륜이다. 1934년 11월에 발표된 작품이니 그때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관계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었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리세트가 그렇게 좋으면 부인과 이혼하고 함께 사는 게 맘 편하지 않을까? 그러나 리세트는 두 남자를 다 좋아한다고 했으니 르 쑤어 씨와 결혼해서 사는 건 힘들었을 거다. 아무튼 속이는 건 비열하다.   

 

<참고문헌>

https://sites.google.com/site/edfabra/home/excerptreviewsstoriespoems/appearance-and-reality---william-somerset-maughm


작가의 이전글 성경을 다시 읽게 만든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