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_2

by 명희

작은 정원 중앙에 졸린듯한 귀부인이 앉아 있었고 그녀의 무릎 위에는 일각수가 앞다리를 올린 채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왼편에는 사자가 미소를 지으며 르 비스트 가문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귀부인은 얼굴 모양과 닮은 타원형 거울을 오른손에 쥐고 있고, 그 안에는 일각수의 얼굴이 비쳤다. 그녀의 머리 중앙에는 일각수의 뿔처럼 땋은 머리칼이 위로 솟아 있었다. 사자 뒤엔 참나무가, 일각수 뒤엔 호랑가시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붉은 배경에 수놓은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로 토끼와 새, 여우가 마치 숨은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은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초점이 흐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적을 깨고, 뽀글한 머리의 여성이 말했다.

“선형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중앙의 인물만 크고, 다른 동물들은 거리와 상관없이 같은 크기죠.”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죠? 일반 인물화라면 저렇게 표현하지 않아요.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시선이 수민에게로 옮겨왔다.

수민은 눈을 스크린에 고정했다.

거울이 앞을 향한 것도 같고, 거울 속 일각수의 모습이 옆으로 비치는 게 이상한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대학 강단에 서 있었다. 특수교육 분야에서 30년 넘게 가르치며 3,0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냈고, 스무 편이 넘는 논문이 KDI에 등재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듣는 인문학 수업 속에서 그녀는 낯설게 작아졌다. 그 순간,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내 강의 시간에 우리 학생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뒤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여인의 왼팔이 너무 길어요.”

“그렇죠.”

“거울 속 일각수의 상도 반대로 비쳤어요. 거울이 오른쪽을 향하는데, 안의 이미지는 왼쪽이에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교수는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거울은 어떤가요? 앞으로 향해 있죠. 관람자를 비추는 겁니다. 저렇게 들면 일각수를 비출 수 없어요. 즉, 이 작품의 초점은 그림 바깥에 있습니다. 원근법과 반대되는 구조예요.”

“그걸 역원근법이라고 하나요?”

“그렇죠. 중세의 상징적 세계관이죠. 이건 ‘틀린 시점’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 아닌 신의 시점이에요.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르네상스 미술이 아니라 중세 미술의 특징인 상징주의, 평면적 장식 패턴, 그리고 알레고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어요. 알레고리 아시죠? 추상적인 개념을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

교수는 말을 멈추고 화면을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그렇다면, 거울 속의 일각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일각수는 순결과 영적 순수함의 상징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그 모습을 관람자에게 비추는 건, 그들에게 도덕적 혹은 영적 깨달음을 주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네, 바로 그겁니다.”

교수는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늘 그랬듯 강의실을 부드럽게 물들였고, 수강생들도 자연스레 따라 웃었다. 잠시 동안, 공기는 느슨하게 풀어졌다. 수민은 스크린에 비친 일각수를 바라보다가 문득 멈칫했다. 그토록 익숙한 이미지인데, 자신이 한 번도 그 존재에 대해 궁금해한 적 없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아이들이 어릴 적, 만화 속에서도 봤고 동화책에도 가끔 등장했던 것 같은데—그 유래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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