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독서 모임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

by 명희

첫 번째 북 클럽.

제인 오스틴을 좋아한다. 그녀의 책 6권은 15년 전에 다 읽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녀의 책을 토론한다는 클럽을 발견했다. "감성과 이성." 뉴욕 뉴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카페에서 만나는데 이번만 온라인으로 본다고 했다. 동부시간 일요일 저녁 7시. 한국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 9시.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구텐베르크(Gutenberg)에서 무료로 책을 내려받아 아침마다 2~3시간씩 읽었다. 집안일을 할 때에는 유튜브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그래서 겨우 시간에 맞춰 책을 끝냈다. 그런데 뭐를 이야기하지? 책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할 걸.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하나도 제대로 못하겠네.


5분 전에 연결했다. 나이 든 마른 아주머니가 한 명 보였다. 길고 흰머리를 제대로 빗지 않았다. 모임을 이끄는 사람이 반갑게 맞아줬다. 목소리만 들렸다. 그녀는 개구리 사진을 올리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걸 양해해 달라고 했다. 한국에서 접속했다고 했더니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며 '박서준'을 아냐고 했다. 정말 한국 드라마가 인기인가 보다. 사람들이 접속하기 시작했다. 총 12명. 그중 동양인은 나 혼자. 남자도 나이 든 할아버지 한 명 밖에 없다. 젊은 학생 한 명만 빼고 모두 나이 들어 보였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처음 화면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안부를 묻자 아버지가 운동을 하다 넘어져서 입원했다고 했다. 솔직히 첫인상이 70세는 넘어 보여서 운동을 하는 아버지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책에 대한 소감으로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일도 하지 않고, 누가 얼마나 상속받는 게 주요 관심사고, 이웃과 저녁 식사하며 수다 떠는 게 전부인 삶이 의미 없게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모임 주관자는 준비한 질문을 차례로 물으며 누구든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 말하라고 했다. 몇 번 말하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데 채팅창에서 누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회원 중 한 사람이 이 그룹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북 클럽이 두 개 있다면서 링크를 보내줬다.


두 번째 북 클럽.

안내받은 북클럽에 접속했더니 빈자리가 없다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놨다. 책은 "설득." 모임은 동부시간 일요일 오후 3시. 한국 시간으론 월요일 오전 5시였다. 어떡하지? 남편은 저녁 11시부터 오전 6시 취침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데. "여보, 나 내일 새벽 5시에 줌 모임이 있는데 조금 떠드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어요. 괜찮을까?" 문제없다고 했다. 그래서 알람을 맞춰놓고 잤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번에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바로 전날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모이는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알고 있으니 어떻게 말하는지 구경이나 하자.


나까지 포함해서 11명이 모였다. 오겠다는 사람이 전부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만 빼고 모두 뉴욕 근처에 사는 미국인이고 모두 여성이었다. 첫 번째 동호회보다 젊은 사람이 많았다. 진행자는 과학분야에 종사하지만 제인 오스틴에 빠져서 북 클럽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특별히 질문은 준비되지 않았다. 인상 깊은 장면이나 책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하라고 했다. 첫 번째 북 클럽에서 만났던 A가 늦게 접속했다. 그녀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조리 있게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게 채팅에 메시지를 보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말하세요."

"네, 그런데 제가 이번에 책을 다시 읽지 않아서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네요. 오늘은 그냥 듣고 있을게요. 사람들 생각이 재미있네요."

사실이다. 나는 어디서고 좀 떠드는 편이어서 듣는 즐거움을 잘 몰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게 흥미로왔다. 생각은 많은데 잘 정리가 안 되면 말을 더듬거리거나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들도 그랬다. 그러니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도 훈련이란 생각이 들었다. 금세 2시간이 흘렀다. 처음 소개하는 시간 이외에 너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지막에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줘서 감사하고 다음 책은 꼭 읽고 참여하겠다고 했다.


세 번째 북클럽.

두 번째 북클럽을 월요일에 모였는데 세 번째 독서 모임은 금요일이었다. 그래서 3일 동안 하루에 5시간씩 핸드폰에 다운로드한 611쪽 "오만과 편견"을 다 읽었다. 아무리 아는 내용이라도 읽고 가야 할 말이 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있으면 간단하게 독후감도 써야 할 말이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미국과 시간차를 생각하지 않고 모임이 목요일이라고 생각하여 책을 빨리 읽은 덕분에 하루가 덤으로 주어져서 간단히 독후감을 써봤다.


16명이 모였다. 오스틴 찐팬들을 만난 것 같았다. 모든 제인 오스틴 작품을 몇 번이나 읽었고 작품을 바탕으로 나온 다른 소설까지 섭렵한 사람들이다. 특히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제인 오스틴 작품을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는 극작가였다. 또한 오스틴 작품을 각색한 영화에서 입은 의상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에 뉴욕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오스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최근에 한국에 간 기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첫 질문.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결혼을 볼 수 있나요?" 독후감을 쓸 때 생각했던 질문이라 먼저 손을 들고 말했다. 그리고 16명이 모두 떠들기 시작했다. 때로는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잠시 휴지가 있기도 했지만 작품에 대한 느낌뿐만 아니라 관계된 정보도 채팅창을 통해 열심히 공유했다. A도 다시 만났다. 그녀는 내게 메지시를 보냈다. "이 모임이 가장 활기차고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죠?" "네, 그런 것 같아요." 더구나 전에 간 모임은 모두 백인들만 모였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이 보였다. 백인 흑인 인도 사람. 다음 모임이 기대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게 갑자기 큰돈이 생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