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생각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사람은 싫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호전적인 나라는 싫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푸틴이 싫다. 러시아나 러시아인은 잘 모르기 때문에 특별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나라를 대표하는 푸틴이란 사람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가 발칵 뒤집힌 게 짜증 난다.
푸틴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2012년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대통령으로 집권하고 있고 그전에도 8년 동안 같은 일을 했었다. 22년. 이렇게 오랫동안 러시아 수장으로 있다는 건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선거로 선출됐다면 러시아 국민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거다. 왜 그럴까? 전보다 훨씬 잘 살게 해 줬기 때문이다. 푸틴이 처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 러시아 경제가 7%나 성장했단다. 기업 세금을 낮춰주는 경제 개혁을 해서 산업이 76% 성장하고 투자가 125% 늘어났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량, 두 번째로 큰 석탄 매장량, 세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밀 수출국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 2014년 중국 같은 신흥 시장의 물리적 상품 (식품 석유 금속 화학 물질 연료) 수요가 늘어서 가격이 올랐다. 그러니 러시아는 그냥 앉아서 돈을 번 거다. 그리고 천연가스와 석유가 국유화되었기 때문에 푸틴과 그를 추종하는 집단이 부를 독점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집단을 은밀히 잠재우고 여기저기에 부동산을 사고 호화로운 요트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다. 그러나 어쨌든 반사 이익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 전보다 잘 먹고살게 되었으니 일반 러시아인은 푸틴과 푸틴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가 국민에게 칭찬을 받으면 줄리어스 시저 같이 될 수도 있고 로베르트 피에르처럼 될 수도 있는데...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정치를 해도 한 사람이 장시간 권력을 갖게 되면 독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번 맞본 권력은 내려놓기 힘들다. 그래서 권력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역사 속에 수많은 리더가 권력을 남용하다 불명예스럽게 생을 마쳤건만 인간은 자기가 하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지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같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전쟁을 중재하러 간 마크롱에게 무려 5시간이나 역사 이야기를 했단다. 푸틴은 어떤 역사관을 갖고 있을까?
푸틴을 연구한 사람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 민족주의와 러시아의 역사적 위대성 회복을 위해 세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체계적으로 비판하는 학자들과 일하며 러시아 보수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폈다고 한다. 역사와 민족주의. 종교가 떠난 자리에 등장한 이 두 개념보다 사람들을 더 결집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그런데 푸틴은 심지어 러시아 정교회 지지도 받은 모양이다. 모스크바의 총대주교는 푸틴이 2012년 선출되었을 때 "신의 기적"이라고 했단다. 이렇게 정치 사회적으로 큰 지지를 받은 덕분인지 푸틴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과거 소련에 속했던 주변 나라들이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얽힐 때마다 전쟁을 해서 승리로 이끌었다. 체첸에 대한 연방 통제를 회복하고 그루지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러시아 국민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2014년 5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푸틴 지지율이 85.9%까지 치솟았다는 게 놀랍지 않다.
푸틴은 영리하다. 적당히 국민을 달래고 미디어를 통해 열심히 자기 생각을 전파했다. 푸틴에게 설득당한 건 러시아인만이 아닌 것 같다. 타임지 포브스 같은 미국 매체도 그를 띄워 주는데 한몫했다. 2015년에는 타임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목록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포브스지에서도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이렇게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하자 국민들도 좋아했을 거다. 러시아인들은 일반적으로 푸틴이 석유와 가스를 국유화한 걸 강력히 지지하고 엘친이나 고르바초프 시대보다 더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부정 선거에 대한 주장으로 시위가 있었을 때에도 그의 지지율은 62%였다. 그리고 국내에서 불평이 일면 국외로 시선을 돌리는 것 같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하여 지지율이 상승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걸까?
피난 가는 우크라이나 사람을 보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방공호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특히 불안한 눈빛의 아이들이 안쓰럽다. 가족을 폴란드에 피신시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사람들. 나라를 지키려고 50이 넘은 사람까지 자원해서 전쟁터로 향한다. 이들은 조국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사람이 죽었다. 가족이 죽고 어린아이들이 죽었다. 이런 걸 푸틴은 보고 있을까?
푸틴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2006년에 푸틴이 한 어린 남자아이가 귀엽다고 배에 뽀뽀를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자식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마피아를 피해 두 딸을 독일로 피신시켜 교육시켰단다. 그렇게 자기 자식은 중요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죽는 건 괜찮은가 보다. 앞으로 전쟁을 일으킨 대가를 어떻게 치르려는지 모르겠다.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사람이 희생되는 전쟁은 정당하지 않다. 그런데 푸틴의 명분은 이해가 가는가? 우크라이나가 현대화되어 러시아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서쪽 유럽과 친해지려는 게 싫다는 거다. 나치를 없애기 위한 거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백인우월주의 경향인 단체가 러시아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키나? 푸틴의 정치적 야욕은 사람을 보지 않는 것 같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범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과거에 자기 나라였고 지금도 러시아 혈통을 가진 사람이 많이 거주하니까 "통일"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상이 러시아 사람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서 살며 우크라이나가 조국이 된 사람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연구하지 않았다.
미국인도 한때는 영국인이었지만 이제는 미국과 영국은 다른 나라지 않나? 혈통을 고려하지 않고 국경을 갈랐기 때문에 분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같은 민족끼리도 함께 미워할 대상이 없으면 어떻게든 마음에 들지 않은 걸 찾아내서 싸우게 된다. 그러니 민족주의를 내세워 전쟁을 하는 과거로의 퇴행보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이견이 있으면 조율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백개만 터져도 전 세계가 초토화되는 핵폭탄이 세계에 무려 13,000개 넘게 있는데 그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 "소련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습니다. 소련을 되돌려 받고자 하는 사람은 뇌가 없습니다." 푸틴이 한 말이라니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