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대형 SUV 운전석만 비워두고 꽉 채운 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방에서 자취를 5년 넘게 하다 보니 다이소 포인트가 어마어마했었습니다. 이 포인트 들로 창업 초기 문구류를 모두 구비했을 정도였습니다..
수년간의 지방 생활을 정리하며 웬만한 것들은 다 버리고 왔는데도 그 정도였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품고 살았는지 새삼 깨달았죠. 그래도 필수적으로 챙겨야 했던 것은 저만의 작은 습관들이 녹아있는 아이템들이었습니다. 책과 일기, 업무용 다이어리, 뉴스 등의 정보를 스크랩해 두었던 스크랩북까지. 대부분 한번 작성하면 되짚어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꼭 챙겨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올라와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휴가였습니다. 전 직장에서 근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휴가도 거의 반납하고 회사 일에 몰두했던 터라, 일단은 너무 쉬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6년을 떨어져 살아야 했던 막내아들과의 일주일 태국 여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대면대면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후 추석이 될 때까지 책만 읽고 그동안 보지 못한 OTT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정말 쉬기만 했었습니다.
추석 즈음, 오랜만에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지방 근무로 주말에 잠깐 올라와도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바빠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었죠.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 같은, 이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렇게 유쾌하지 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나의 퇴사가 그들에게도 남일 같이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날 모임의 주제는 단연코 '퇴사'였습니다. 아마도 친구들도 느끼고 있었을 그 불편한 단어 '퇴사'라는 화촉은 누군가를 지목하여 향하던 것이 아니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 그래서 이제부터 뭐 할 건데?" "우리 이제 어디서 쓰지도 않는 나이가 되었어. 50살이야."
친구들의 말은 우선 저희 가슴을 찔렀습니다. "그래 이제 50의 시작인데, 너 정말 뭐 하려고?" 내가 나에게 이 말을 송곳으로 찌르듯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 버스를 타고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집 앞까지 함께 걸어준 친구의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 정리 하나는 잘하잖아. 그동안 정리했던 거 쉬면서 다시 정리해봐.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검사도 할 겸"
그다음 날 바로 지하 창고로 내려갔습니다. 7월에 넣어둔 박스들을 하나씩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일기부터 회사 생활 중 사용했던 다이어리, 개인 업무 일지, 스크랩북, 불과 지난 5년간의 기록이 아닌 제 사회생활 25년간의 기록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추석이 지나자마자 공유 오피스를 찾아봤습니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커피숖에 앉아 있기는 싫었습니다. 매일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점심 먹는 비용을 계산해 보니 공유 오피스 월세와 비슷했고, 나만의 사무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작되었다고 느껴 제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건강 관련 식품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었으니, 사업자 등록부터 식품 관련 유통전문판매점등의 인허가 면허까지 문제없는 곳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요즘 1인 기업하시는 분들이 많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공유오피스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공실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일부는 내가 계획하고 있는 업종이 들어갈 수 없는 건축물 용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찾아 계약하는 데까지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렸었습니다. 예비 창업자들은 사무실, 창고를 임대받기 전에 필히 하고자 하는 사업에 맞는 인허가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피고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몇몇 곳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 문제 가지고 싸우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로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이름을 정해야 사업자 등록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등록을 하면 사업체도 등록번호를 부여받은 하나의 인격체가 되므로 소중하게 작명해야 합니다.
솔직히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명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요즘 많이 쓴다는 AI를 활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프롬프트 등 AI를 잘 이용을 못해서 그런지 저의 물음에 AI가 답하는 회사명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뭐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회사의 이름을 AI의 힘을 빌려 쓴다는 게 맞지 않은 옷을 입히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명을 만들고 나면 나중에 회사의 미션, 아이덴티티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결국 AI에 의존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 결국 그 회사는 제가 아닌 AI가 만든 회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연습장을 꺼내 생각나는 것을 무작정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나에게 던진 질문은
1.'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는?'
2. '그 회사는 고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3. '그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무엇인지?'
4. '그 제품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였습니다.
이건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 즉 내 사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얼마나 낙서를 했을까요? 계속 끄적인 낙서를 쳐다보면서 반복되는 키워드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건강'과 '승자'라는 두 단어였습니다. 유독 저 두 단어가 노트의 모든 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아, 내가 하고 싶은 회사는 결국 건강을 전달해 주는, 그래서 '건강만큼은 우리 회사 고객들이 모두 가져갈 수 있여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았고 그 속에서 내가 운영해야 하는 회사의 철학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건강을 뜻하는 'Well'과 승자를 뜻하는 'Winner'를 합쳐서 '웰위너스'라고 한글 명칭을 만들었습니다.
그럼 영문으로는 어떻게 할까? 두 단어를 합쳐보다가 '우리'라는 말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Wellwinus'로 결정했습니다. 그대로 읽으면 '웰윈어스'가 되겠지만 연음으로 읽어보면 '웰위너스'가 되는.
우리 모두 건강의 승자가 되기 위한 회사를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2024년 11월 1일, 사업자 등록을 냈습니다. 회사 이름 웰위너스(Wellwinus).
회사 이름을 적힌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 든 순간 우리 회사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업자 등록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제품 기획이었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레시피 노트를 살피면서 직장 생활 때 고객들에게 "원가가 높다"는 이유로 천대받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 레시피들을 일단 추려냈습니다.
추려내다 보니 회사명에 맞게 어떤 제품들을 기획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할지 라인업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1차는 건강에 가장 기본이 되는 그리고 2차는 그 1차에 시너지를 주는 3차는 1,2차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이런 식의 라인업이 생성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와 변경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제품의 라인업이 생겼다는 것은 또 다른 회사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생산 업체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알고 지내왔던 업체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원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장 까다롭게 품질을 관리하는 업체를 찾아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협의해야 할 항목들은 많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브랜드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명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회사명은 사람들 머릿속에 남지 못해도 브랜드명이 기억에 남으면 제품은 꾸준히 팔리기 때문에 브랜드명은 더욱 중요했습니다. 브랜드 명은 회사의 제품이 어떤 정신과 어떤 영혼이 들어가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직. 간접적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를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하는 작업이라 생각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부를 수 있고, 어떤 제품명을 뒤에 붙여도 이상하지 않으며, 우리 제품들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브랜드명이 필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특허청 키프리스 사이트에서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명으로 상표권을 검색하여 유사하거나 같은 이름의 브랜드(상표)가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너무 센스 넘치는 브랜드명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이것 또한 AI의 힘을 빌려보려 했지만, 나오는 브랜드명마다 너무 겉멋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들어진 브랜드명 후보에는 대기업의 브랜드를 따라한 것 같은 것도 많았고, 개중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흡사 그저 있어 보이려고 억지로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회사명에서 찾아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Well + Win + Us로 풀어봤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에 승리한다. 즉 우리 모두 건강해진다.
우리가 모두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몸 안에 건강을 채워야 하고, 그 건강을 채운다는 것은 가장 먼저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체력을 만들어야 하고, 그 안에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로 영양소를 채워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건강이 찾아온다.
이걸 영어로 옮겨봤습니다.
Fill Your Health (당신의 건강을 채우면) Feel Your Best (당신은 최상의 컨디션을 느낄 수 있다)
회사의 아이덴티티 와 브랜드의 슬로건이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걸 슬로건으로 가진 브랜드명이 뭐가 좋을까 고민의 고민을 하던 중, 제품 디자인을 맡아주신 디자인 회사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벤자민 대표 '필쏘굿' 어때?" "느낌이 좋아 필쏘굿, 영문을 약간 바꾸면 채워서 좋아.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순간 저는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필쏘굿의 '필'이 채우다의 'Fill'이 되기도 하고 느끼다의 'Feel'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나는 나의 첫 브랜드 [FillsoGood]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만들고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회사 도메인, 브랜드 도메인을 등록하는 것과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였습니다. 상표권이 등록완료 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순수하게 제 힘으로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지었다는 것은 제가 앞으로 올라야 할 수많은 계단 중에 첫 계단에 오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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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아닌 내 철학으로, 유행이 아닌 내 신념으로 만든 브랜드. 그 안에는 제가 그동안 배우고 실행한 경험과 경력도 녹여야 하겠지만, 50세 늘 울타리 같은 아버지의 진심을 고스란히 담아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