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기로 한 사람과 헤어지다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by Benjamin

전 직장 동료와의 동업 계획

지난해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의 경영악화였습니다. 공장 건립 등으로 무리한 투자를 했고, 투자 대부분이 금융권 차입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회사의 채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특정 회사의 제품만을 생산하기로 해서 생산기지를 만들었지만, 그 고객사의 발주량은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만큼 되지 못했습니다. 독점 생산을 주는 대신에 타 회사와는 계약을 못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고객사의 발주 물량만을 탓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장이 세워지면 생산 장비들의 안정화 작업도 해야 하고, 생산에 필요한 수만 가지 생산 비품들도 구비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투자할 때 이 기간까지 고려하지 못한 잘못이 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영지원부서장이었던 저는 지속적으로 회사에 요청했습니다.


"공장과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다가 필요 없는 상황입니다. 공장 안정화도 시급하게 이루어져서 빨리 생산에 돌입해야 하고, 고객사의 물량도 뒷받침되어서 회사에 돈이 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3개월 정도의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생산 기계의 안정화 기간을 최대한 줄여서 모든 시생산을 마쳐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직원이 힘들더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회사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었습니다. 그 복잡함 속에서 서로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버리니 회사는 점점 악화 일로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 공장 등록 1년 반 만에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직원들의 급여는 밀리기 일쑤였고, 모든 원부자재 업체 대금은 연체되기 시작했고, 금융권 이자도 연체가 진행되니 전방위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처음에는 그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그 역경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비단 저만의 고민이 아니었기에, 제가 퇴사한 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대부분이 같은 길을 순차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중 몇몇은 제가 창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함께 성장하리라는 믿음


저도 엄청난 자본금을 가지고 창업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동료들의 메시지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도소매를 하기 위한 창업이 아닌 내 브랜드를 창업하여 내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계획이었기에, 특히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 계획이었고, 그들은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었기에 , 전문가 여럿이 함께해서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함께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각자 맡은 고유의 업무가 있고, 그 업무에 대하여 책임을 다해 일하면 끝이었습니다. 임원급 부서장이었던 저의 일은 그들의 업무가 서로 소통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정리해 주고 결정해 주어 잘 이끌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 생각했습니다. 부서원, 크게는 회사 전체 동료들이 맡은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각 부서가 소통되어 의견 대립 없이 결과를 이끌어내고, 회사의 목적과 목표에 맞게 직원들을 잘 이끌어주는 것. 그게 제가 맡은 소임이고 일이라 생각했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달랐습니다. 그동안 직장 생활에서 많은 자리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모든 것이 처음 같았고, 알고 있었던 것도 다시 물어물어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함께 하기로 했던 동료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것인 만큼 각자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내 일이다 생각하고 함께 하자. 그래야 빨리 안정화되어 회사도 나도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처음에는 전부 알겠다고, 잘해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었습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갈라선 길

함께 일 할 수 있는 사무실을 구하고, 급한 대로 사무기기를 구해 업무 환경을 세팅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고 모든 일이 순차적으로 계획대로 이행되자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속으로 뭔가가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실제 함께 일을 해보니 예전 조직 속에서의 행동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 일만 잘하면 되잖아."

"그건 네 일이잖아."

"그건 내가 잘 몰라."

이런 식의 행동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모든 게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그 동료들도 제조회사에서 근무했지, 브랜드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했던 건 아니라서 초기에는 서로 의견이 달라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지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서히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는 것을 보니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나도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모든 것이 처음 듣는 용어뿐이다. 그래도 우리 조금 더 공부하고 알아보고 해서 채워나가 보자."


처음에는 각자 필요한 부분을 맡아 진행하면서 잘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신이 잘하는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익숙한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의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모든 것을 알아보고, 두드려보고, 실험해 보고, 도전해 가며 '이렇게 해볼까?' '저건 어때'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플랫폼 회사에서 진행하는 저와 비슷한 상황의 사장들 모임에 참가하게 돠는 좋은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리더십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 강사님이

"사장들 모임이니 여러분들의 리더십은 몇 점인지 체크해 보자"

며 체크리스트를 주었습니다. 점수는 1점부터 5점까지 줄 수 있는 20여 개의 문항이 있었습니다.


1점은 '매우 그렇지 않다'로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그렇다고 변하는 점수였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 5점은 '매우 그렇다'였습니다. 열심히 문항을 보며 점수를 매기다 보니 한 가지가 더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보기 하나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강의가 끝나고 서로 인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예전에는 매우 그러하였으나 지금은 매우 그렇지 아니하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제 의견에 공감을 해주셔서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그들과 똑같은 회사원이었을 때와 사장이 되었을 때 그들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도 회사원일 때는 내 일만 잘하는 게 최고라 생각했지만, 막상 제가 한 회사의 사장이 되어보니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나서서 먼저 해주고,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해 두고, 회사의 앞날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고, 같이 알아봐 주고, 공부해 주는, 그렇게 함께 실행하는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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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겨진 밤, 포기와 각오 사이에서


지난 3월 첫 제품이 나왔고, 판매만 잘하면 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부터 직원들 모두가 제조사 출신이다 보니 첫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 무조건 잘 팔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개발했던 것 중에서 효과가 가장 좋았던 것을 순차적으로 뽑아내 라인업을 정하고 첫 제품으로 선택했으니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맞았습니다. 나름 창업하기 전에 마케팅 및 판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책도 많이 보고 관련 SNS 정보부터 유튜브 , 강의등을 찾아 들으며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수백만 원의 돈을 투자하면서 관련 강의도 수강했었습니다.


나름 온라인 마케팅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계획도 세워서 계정도 만들고 콘텐츠도 열심히 올리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부 시작이 잘못되었거나 오히려 욕심이 과해서 모든 것이 꼬이기만 했던 것 같았습니다. 결과는 참패였고, 오히려 호기롭게 나이 50 넘어 시작해 본 SNS는 '알고리즘' 근처에도 못 가는 쓰레기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사장은 당연히 판매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그래도 수년간 IT 영업직에서도 일해본 경험이 있었고, 창업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관련 공부도 꽤 했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판매는 제가 앞장서서 하기로 했는데,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래, 판매는 사장인 네가 하기로 했으니 네가 해'라고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한 개가 팔아도 '아 팔았나 보다' , 하나도 팔지 못하는 날은 '그럼 그렇지'가 되어버린 생활이 이어져 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회사 내 아이디어 회의가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품 레시피는 이렇게 수정하자"

"디자인은 좀 더 강렬하게 변경하자"

"품질은 이렇게 관리하자"

하며 나오던 회의가 제품이 생산되고 판매를 시작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홍보가 잘될까?"

"어디에서 팔아야 잘 팔릴까?"

"판매 가격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소비자가 구매하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혹시 이런 구매 이벤트는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모두 제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먼저 문제를 지적하지도 않으니 자연스레 제안을 내는 직원도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제안을 하면 모두 ‘아 그것 좋네요 ‘ , ‘그렇게 해보죠 ‘ 이게 다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품은 판매가 부진했고, 회사의 운영자금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에 우리가 함께 일했던 그곳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전 약속했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바 일은 다 했는데, 왜 급여를 안 줘요?"

"마케팅, 판매는 사장님이 책임진다 하셨잖아요"

"그건 사장의 몫 아닌가요? 우린 직원이라고요"

"복지도 없고, 회식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등등


제품이 세상에 빛을 본 지 2개월 만에 나온 말들이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속상했습니다.

결국 함께 하기로 했던 그들이 겉으로는

"자신이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사장님도 어려운데 비용이라도 아껴서 마케팅해 보시죠 “ 라며, 결국 하나 둘 떠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 이상 그들과의 약속은 어떻게든 지켰어야 했는데 지키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들이 조금만 더 버텨주고, 대신에 함께 조금만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직원 모두가 '내 회사다' 하는 마인드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저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월급쟁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조직이 힘들어지면 함께 어떻게 해서라도 함께 헤쳐나가려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일해왔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그렇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들의 최선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 혼자 남아 한때는 '우리 브랜드'였던 지금은 '내 브랜드'가 되어버린 나의 브랜드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불안하지만 계속 함께 성장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성장을 믿고 싶습니다 한계를 정해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시간에 그냥 일단 해보자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앞으로 가다 보면 지금은 덧셈과 뺄셈의 반복이겠지만, 언제 가는 그것이 곱셉을 넘어 제곱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안하지만 일단 해보면 뭔가 길이 나온다는 것을 믿고 있고, 성장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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