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조직의 구성

by Benjamin

Y시로부터 연구센터 위탁 운영을 받은 뒤, 첫 한 달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연구센터는 위탁을 받은 D대표 회사의 지점으로 등록했고, 모든 직원들의 입사 절차를 다시 밟았다.


기존 O대표 회사에서 쓰던 비품과 장비들도 Y시로 옮겨왔다. 겉으로 보면 모든 게 정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O대표의 회사가 문을 닫은 것도 아니었고, 지금 회사와 정식으로 인수합병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두 대표님의 협의로 사람만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 회사’의 시스템을 만들면서도 ‘임시 조직’을 동시에 운영해야 했다. 그 사이, D대표는 Z사와의 업무 협약 이행을 위해 또 하나의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나는 그 회사의 경영지원 업무까지 함께 맡게 되었다.


법인 설립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가장 먼저 터진 건 사람 문제였다.


D대표는 Z사와의 업무 협약을 위해 이미 최소 인력을 확보해 두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Z사와의 협약 과정에서 힘을 써준 K회장의 직원들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무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이랬다.

Z사와 국내 생산 협약을 맺은 D대표가 있고, 그 생산을 위해 기술력이 있는 O대표와 손을 잡았다. 마침 Y시 연구센터를 위탁받아 D대표 회사의 지점으로 등록하면서 O대표의 직원들은 선택권 없이 이직하게 되었다.


이후 Z사와의 협약이 성사되자 D대표는 또 다른 법인, P사를 설립했고 K회장의 인력은 그 P사의 직원으로 등록되었다. 그리고 모든 조직은 Z사의 국내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엮이게 되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연구센터와 P사, 두 조직의 경영지원을 맡게 되었다.


문제는, 사람들의 삶은 조직도처럼 정리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갑작스럽게 이직한 직원들 중 일부는 수도권 S시를 떠나 Y시로 내려와야 했다. 나는 그중 한 사람이었다. 어떤 직원은 주말부부가 되었고, 어떤 직원은 뜻하지 않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반대로, 몇몇 직원은 S시에 그대로 남아 소속만 바뀐 채 일해야 했다. 그 위에, 완전히 다른 문화의 P사 직원들이 합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처음부터 하나의 팀이 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센터 직원들은 P사의 업무 방식에 불만을 말하기 시작했고, P사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의외로 비용 문제였다. 갑작스러운 사업 확장으로 D대표님의 자금 상황은 넉넉하지 않았다. 나는 빠듯한 살림 속에서 모든 직원들을 챙겨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연구센터에는 기존 직원들의 사무용품이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게는 새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본사의 결제를 받아야 했다.


본사의 요구는 명확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

그래서 개인 노트북 같은 기본 비품조차 중고 제품으로 지급해야 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P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P사 직원들은 Z사의 한국지사가 있는 서울 삼성동에 사무실을 원했고, 사무용품 역시 대표 결제 없이 먼저 구매한 뒤 비용 결제 요청만 통보하듯 올렸다.


나는 P사의 경영지원도 맡고 있었기에 그 결제 요청을 다시 본사에 올려야 했다. 하지만 본사는 상황을 모두 알지 못했고, 돌아오는 건 늘 비슷한 말이었다.

“관리 좀 제대로 하세요.”


S시에서 함께 내려온 나를 포함한 O대표의 직원들은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버텼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P사 직원들에게 이 구조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작은 비용 하나부터 계속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Z사 전용 생산 공장이라는 ‘큰 그림’ 아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내를 품고 있다는 것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갈등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그리고 결국, 그 모든 틈새를 메우는 역할이 또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되리라는 것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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