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
O대표는 연구센터의 센터장이 되었다.
동시에 K대표와 함께 설립한 네트워크 판매 회사의 부사장이 되었다.
나는 소속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O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었고,
연구센터 위탁 이전에도, 네트워크 업체 설립 과정에서도 직접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세 개의 조직을 동시에 봐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었다. 세 회사 모두 K대표의 사업이었지만 법인도 다르고, 소속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달랐다.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트랙 위에 서 있었다.
목적이 달랐고, 업무 스타일이 달랐고, 시스템도 달랐다.
나는 그 틈을 메워야 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조율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연구센터의 빠른 안정화. 그게 먼저였다.
위탁 운영을 맡은 이상, Y시가 기대한 목적에 맞게 방향을 잡아야 했고 대표가 그리고 있는 그림도 현실로 만들어야 했다.
나머지 두 회사는 대표의 지시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그래야 세 곳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연구센터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Y시의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소재 개발이 시작되었고, 제품 개발 여력이 부족한 지역 업체들의 문의도 늘었다. 근처 대학들과의 산학협력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Z사와의 협약에 따른 임시 제품 개발 센터 역할도 해냈고, 네트워크 업체의 교육장 역할까지 연구센터에서 맡게 되었다.
일은 늘어났고, 직원도 늘어났다.
겉으로 보면,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익이 나지 않았다.
연구센터는 공공 목적이 강했고, 네트워크 회사는 아직 초기 단계였으며, Z사 전용 생산 공장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결국 운영 자금은 K대표가 기존에 운영하던 회사에서 모두 충당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관리’가 아니라 ‘절약’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비용 하나, 인력 하나, 장비 하나. 모든 것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K대표는 이미 Z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었다. 완공까지는 최소 1년. 그때까지는 지금의 인력과 자본으로 최소한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직원들은 이해하려고 애썼다. 대부분은 잘 따라와 주었다. 하지만 내부의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각자의 삶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공장만 완공되면, 정상 가동만 되면, 나는 연구센터에만 집중하면 될 거라고. 그때까지만 버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