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갈등의 시작

by Benjamin

2022년 5월, 공장의 외관이 완공되었다. Z사의 건강기능식품 전용 생산공장이었다.


처음 D대표는 이곳에서 일할 인력을 따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Y시는 작은 도시였다. 공장을 돌릴 만큼의 인력을 새로 뽑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결국 연구센터 인력이 먼저 투입되었다. 센터 직원의 80% 이상이 O대표 회사 출신이었고, Y시에 남기로 했던 대부분은 공장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가장 먼저 투입된 건 경영지원부를 맡고 있던 나와 내 부서였다.

아직 마감도 되지 않은 공장 내부를 정리했고, 새로 채용할 인력의 자리부터 만들었다. 공장 등록과 각종 행정 절차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인테리어가 마무리될 즈음, 생산 설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서울에서 G상무가 내려왔다.


그는 Z사와 연결고리를 만든 K회장의 오른팔이라 불렸다. 공장 건설사 선정부터 설비 결정까지 사실상 그의 책임 아래 진행됐다고 했다.

하지만 G상무는 생산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보다 앞선 2022년 1월, 서울 사무소에서는 L공장장을 채용했다. 대기업 계열 생산업체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고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지냈던 인물이었다.


생산 전문가. 문제는 그가 공장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L공장장은 G상무가 진행한 공장 건설과 설비 선정의 세세한 부분을 하나씩 지적하기 시작했다.

동선, 배치, 설비 사양. 그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하지만 이미 공사는 진행 중이었고, 비용은 집행되고 있었다. 되돌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식품 생산 전문가와 식품 업계 재무 출신 상무의 충돌.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공장장은 설비 설치 시점부터 연구센터에서 넘어온 생산팀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K회장의 반대편에 서 있던 O대표와도 가까워졌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경영지원부서장으로서 회사 입장에서만 판단하겠다고 이미 스스로에게도, O대표에게도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공장장이 설비 문제를 말할 때마다 나는 같은 답을 했다.

“이미 집행된 비용입니다. 지금은 방향을 틀기 어렵습니다.
현 상황에서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 아닐까요.”

나는 그게 현실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공장이 완공되고 행정 절차가 마무리될 즈음, Z사에서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Z사 품질관리팀이 상주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품질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국내 평균보다 훨씬 타이트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Z사의 전용 공장이었고, Z사는 우리의 유일한 고객이었다.

초기 세팅부터 그들의 기준을 맞추지 않는다면 이 공장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공장장은 불편해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그의 말에는 자존심이 섞여 있었다. 수십 년 경력의 생산 전문가에게 외부 직원이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으니까.


생산팀 일부도 그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금은 Z사 기준이 맞습니다. 고객이 하나일 때는, 고객 기준이 곧 우리 기준입니다.”


나는 사업의 출발점을 알고 있었다. 이 공장은 다수의 고객을 위한 공장이 아니라 Z사를 위한 전용 공장으로 시작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공장장에게는 내가 반기를 들었다는 뜻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경영지원부서의 모든 업무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감히 부장이 공장장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알았다.

공장은 완공되었지만 조직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걸.

이 모든 것이 갈등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걸.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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