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준비 없는 생산

by Benjamin

공장이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공장은 더 그렇다. 식품 공장은 위생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위생 비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끝이 없고, 생산 설비 역시 충분한 시험 가동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고객 요구에 맞는 제품을 불량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공장 건설이 막바지에 이르자 생산 설비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장 건설은 처음부터 G상무가 맡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비도 그의 판단으로 선정됐다. 설비 사양에 맞춰 공장의 세부 설계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설비를 실제로 돌려야 하는 사람은 L공장장이었다.


그래서였을까.

L공장장은 설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 회사 설비보다 저 회사 설비가 더 좋습니다.”
“이 장비는 시장에서 A/S 평판이 안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이야기였다.


공장은 그 설비 기준으로 완공됐고, 나는 그 설비 리스트를 기반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금까지 확보해 둔 상태였다.


설비를 바꾸는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L공장장은 설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산 테스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설비 기본 작동법 숙달,
위생관리 교육,
시험 생산.

공장장이 주도해야 할 기본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다.

그해 8월,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K회장과 함께 움직이던 영업팀이 이미 고객사와 첫 제품 론칭 일정을 확정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공장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품질관리 기준은 서류로만 만들어졌고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된 적이 없었다.


론칭 일정이 잡히자 영업팀은 내부 결재 프로세스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료와 부자재 발주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경영지원부에는 거래처 입금부터 챙기라는 연락이 쏟아졌다.


나는 대표에게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 검토를 요청했고, 팀장급 회의를 요청했다.

그리고 영업팀에는 말했다.

“이번 일정이 급한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다음 수주부터는 정식 결제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정상적인 흐름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양산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원부자재가 공장으로 들어왔지만 품질 관리 기준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설비 테스트가 부족했기 때문에 원료 이동 동선부터 생산 공정까지 모든 것이 어설펐다.

결국 시험 생산은 실패했다.


시험 생산에 사용된 원료와 부자재는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이제 남은 건 본 생산에 들어갈 원부자재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생산 실패가 반복되면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첫 Z사 제품이었다.

그래서 고객사도 초기 생산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Z사의 품질관리 팀장은 아예 공장에 상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 현실은 정상적인 공장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부자재 품질 관리는 엉성했고, 생산 공정은 안정되지 않았으며, 완제품 품질 관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장장은 말했다.

“생산 인력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설비도 좋지 않습니다.”

품질 문제는 품질팀 탓이 되었다.


당연히 고객사 불만은 커졌다.

결국 영업팀은 폐기된 만큼의 원부자재를 다시 매입하기 시작했다.


수익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인력은 계속 늘고 있었고 비품 구매와 공사 비용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 위에 생산 실패로 인한 원부자재 손실까지.

나는 매일 숫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서울에서 또 하나의 인사 통보가 내려왔다.

K회장 측에서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외부 생산이사를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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