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나는 매일 해가 질 때쯤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뭐 했어?“
“하긴 뭘 해. 그냥 숨쉬고 앉았는 거지.”
“저녁은? 오늘은 뭐 해먹어?“
아직 장가 안간 남동생을 부양(?)중인 엄마는 매일 저녁 찬거리가 고민이다.
다 큰 자식 밥 해먹이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 대충 차려 주고 말 거다... 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해먹긴 뭘 해먹어. 그냥 돼지고기 좀 삶고 된장찌개 좀 끓였지. 먹던가 말던가 대충 주고 말 거야.”
세상에나. 대충 차린 밥상이 왕복 세 시간 거리 동터에 사는 나에겐 냅다 달려가 밥 두 공기는 해치울 것 같은 메뉴들인데...
그런가 하면 지난 토요일. 이번엔 엄마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니 언니 출장 갔다 왔댄다. 에휴... "
"어. 왔구나. 근데 왜?"
엄마의 축 처진 목소리와 긴 한숨이 예사롭지 않았다. 뭔가 속풀이를 할 게 따로 있지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글쎄 기집애가 초콜렛 하나를 안 사왔더라고. 김장 김치 가지러 와선, 김치만 쏙 갖고 갔어."
"초콜렛? 엄마 초콜렛 먹고 싶었어?"
"아니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잔돈 턴다고 초콜렛이라도 하나 샀을 거 아냐. 근데 빈 손이더라고. 지 신랑 먹을 건 사왔을 건데 집엔 안 가져왔어.“
"?????"
순간 나는 어리둥절했다. 매번 해외를 나갈 때마다 엄마에게 듣는 신신당부는 절대 아무 것도 사오지 마라, 특히 지지한 과자나 초콜렛 나부랭이, 이거저거 사다 보면 그것도 다 돈인데, 아껴라, 였는데...
심지어 이건 몇 달 전 해외로 휴가를 다녀오면서 편의점 털이로 내가 엄마에게 과자며 사탕들을 사다 드렸을 때도 똑같이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나 역시 잔돈털이 겸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샀던 간식들인데, 별 의미 없이 가져다 드렸던 그것들 때문에, 이제 와 내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마, 나더런 아무 것도 사오지 말라더니 언니가 진짜 아무 것도 안 사오니까 좀 섭섭했나봐?"
"아니 그게 아니라, 안 사오는 게 맞지. 것도 다 돈이니까. 근데 어젠 그냥 좀 섭섭하더라고."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람. 안 사오는 게 맞지만, 안 사오면 섭섭하다???
흡사 이건 내가 짜장면을 좋아하는 건 엄마를 닮아서일만큼 엄마 역시 짜장면 러버지만,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던...GOD의 그 어머니 삘이다.
이럴 땐 정말이지, 포털 번역 서비스에 엄마 말 번역 기능이라도 하나 있었음 좋겠다 싶은데...
"엄마가 어제 김장 하느라 힘들었구나. 그래서 단 게 땡긴 모양이네. 그럴 때 언니가 초콜렛이라도 하나 사왔으면 딱 좋았을텐데, 센스가 없어 언니가.“
그러면서 나는 슬그머니 언니를 통해 배운 엄마 말 하나를 가슴 안에 쿡 저장해 넣었다.
아무 것도 사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은, 자식이 돈 쓰고 애 쓸까봐 염려돼서 하는 말이지 정말 아예 아무 것도 사오지 말라는 말은 아닐 수 있다는 거! (아닐 수도 있지만)
엄마의 말!
나 역시 엄마가 됐더라면,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엄마가 아닌 걸 어쩌랴.
연애도 책으로 배웠던 것처럼 엄마의 말도 이런저런 경우의 수로, 어깨너머로 배워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