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 대신 브런치스토리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눈뜨면 습관적으로 집어들게 되는 핸드폰.
간밤 어디선가 온 연락... 같은 건 없지만, 일단 한 번 들어서 본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클릭해서 보는 건, 포털 사이트와 SNS. 정확하게는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이다.
검색할 게 있는 것도 아니오, 지난 밤 내가 올린 게시물의 댓글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본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중독된 것처럼 본다.
어떤 면에선 이게 나에겐 잠을 떨쳐내는 일종의 행위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확실히 보고 있으면 잠이 달아나긴 한다)
그런데 부쩍 요즘 느끼는 건 여기도 릴스, 저기도 릴스.
간단하게 찍어 올려 짧게 소비되는 영상이다 보니 진입 장벽이 좀 낮아서일까, 릴스의 세상엔 연예인과 일반인이 따로 없다. 너도 나도 릴스를 찍어 올리는 느낌이다.
랜덤으로 올라오는 영상에 대고 손가락만 까딱 까딱 움직이면... 그러면 그 세상엔 새벽부터 가족의 아침 식탁을 차리는 열혈 엄마부터, 당근과 양배추만 먹고 10킬로를 뺀 대학생, 사소한 일상조차 영화로 만들어버리는 배우도 있는데...
몇 초도 안되는 영상을 계속해서 넘겨가며 몇 십 분이고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슬.. 드는 생각.
세상 내가 제일 게으르고 뚱뚱하고 가난하고, 인생을 제일 무의미하게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열심히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영상 속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하는 거라곤 침대에 누워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 뿐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짧은 영상이지만 SNS에 올라오는 텍스트나 사진을 볼 때 보다 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두 배다.
그러니 릴스는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포털 홈화면조차 릴스로 구성이 돼 있는 세상. 피할 길이 없다. 피할 수 없으면 뭐다? 어디 한 번 부딪혀봐? 나도 한 번 릴스를...???
노노. 관둘란다.
나는 영상보다 텍스트가, 짧고 강렬한 자극보다 길고 묵직한 감동이 더 좋은 사람.
그래서 나는 브런치스토리를 한다. 때론 글감이 없어서, 때론 귀찮고 바쁘다는 핑계로 주로 쓰기 보다 읽기만 하지만, 글을 쓰며 감정을 털어내고 생각을 정리하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든든하다.
그리고 가끔 쓰는 내 글이 감정의 배설로만 느껴져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그럼 뭐 어때. 나만의 공간이란 건 이래서 좋은 거 아냐?'
나는 내 글이 누군가를 감화시키는 것도 대리만족 하게 해주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바램이 있다면 나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상대적 박탈감보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 사는 것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니 너무 좌절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슬며시 웃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내가 내 글을 통해 독자에게 미치고 싶은 영향.
그러려면 일단 지금은 내 감정의 배설구일 망정, 부지런히 뱉기라도 (쓰기라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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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방치가 뭣해, 뭐라도 씁니다.
앞으로는 뭐라도 쓰겠습니다.
그나저나 릴스를 하도 봐서, 이제 다이어트 음식 레시피와 살빼는 운동 방법 같은 건 수 십, 수 백 가지 넘치게 알아요.
그런데 문제는 뭐다? 절대 따라 하지 않는다는 거! (하진 않고 보기만 한다는 게 함정 입니다. 릴스는)
왜다? 따라 해도 비슷하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맛있게 뺀다는 다이어트 음식은 왜 내가 하면 무맛이고, 따라 하기 쉽다는 홈트 동작은 왜 내가 하면 다른 동작이 되는 걸까요???
이런 느낌의 나, 현실에선 좀처럼 구현할 수 없으니 AI의 힘을 빌려 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