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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부릅니다. "24시간이 모자라~~~"

결혼 후 처음으로 떨어져 있는 주말.

by 토보이

2019년 7월.


이른 아침 곤히 잠든 남편의 귓가에 “You are free”를 속삭여 주고, 홀연히 집을 나와 나는 친정행~

친정행 나의 동반자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자친구 샌드위치!!!

당시 GS25의 신상템. 헤어진 남자친구가 예전에 해줬던 샌드위치 맛이 너무 그리워, 전화해 물어봤다는 전설 속 레시피의 제품이라나 뭐라나...

지속해 오던 간헐적 단식을 일시 중지하고 오늘은 간만에 겓한 친언니 찬스를 이용해 하루 종일 포식할 예정이라, 첫 포문은 가볍게 편의점 샌드위치로 열어줬다. (사족이지만, 요즘 편의점 먹거리의 진화가 심상치않다.)


오늘은 중부 지방 폭우가 예보된 날. 그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겐 살짝 앳지 있는 하루다.

남편에겐 처음으로 1박2일 24시간 이상의 자유가 주어지고, 나에겐 결혼하고 처음 갖는 순혈 집단의 친목도모가 있다. 언니도 나도 결혼 전으로 돌아가 1+1 서방들을 떼어놓고, 친정에 모이기로 한 날. 여기에 아직 결혼을 안 한 남동생까지 하면, 온전한 우리 삼형제만 엄마아빠와 함께 한다.

출장 중이라 못 챙긴 내 생일을 언니가 뒤늦게 챙기겠다고 만든 자리인데 (장녀 폼 미쳤다) 누가 나를 저격해서 쏘는 건, 언제나 환영이고 감사하다.


그런데 어쩐지 설레여 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돼 놓고도 어쩐지 신나하는 남편.

내가 폭우가 내리면 움직이는 게 영 거시기 할 것 같아 친정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그깟 비 좀 온다고 가족을 저버려? 당신한텐 가족과의 약속이 그렇게 하찮아?"

"비가 아니라 폭우라잖아. 그러니..."

"아니 걸어가냐고. 지하철 타잖아. 도착하면 장모님이 차로 마중도 나오실 거고."

"뭐지? 내가 꼭 가야 할 이유가 당신한테 있나봐?"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그게 어디 동편 식구들과만 한 약속이냐고? 나한테 한 약속은...?"

가족과의 약속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며 나를 성토하다가 그것도 안되니 결국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남편. 자신과 한 [혼자만의 토요일 약속]도 꼭 지켜 달라며 애원까지 한다.

(결혼하고 처음이라지만, 혼자 지내는 24시간이 이리 절실할 일인가, 참...)

남편은 사실 친정 식구들 모임이 정해진 순간부터, 농담처럼 그 날의 계획을 읊어대곤 했다.

내가 나가면 나가는 순간부터 에어컨 희망온도를 23도로 맞춰 놓고, 23도가 돼 추우면 패딩을 꺼내 입고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낼 거라는 둥 (참고로 우리집 에어컨 희망온도는 언제나 절전 기능 포함 26도), 배달 음식도 맘껏 시켜먹고, IP TV 영화도 실컷 결제해서 보고, 하루 종일 씻지도 않고 치우지도 않고 에어컨 밑에서 뒹굴거릴 거라는 둥...

한 마디로 벼르고 벼르던 토요일인데, (그게 날아갈 판이니 애원할 만도 했네.)


아,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평소 나 때문에 못하고 사는 게 엄청 많고 억압받는 삶에 자유를 갈구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오해마시라!

우리 부부는 원칙적으론 함께해서 행복한 부부다. 그리고 함께하는 일상에 어쩌다 하루 따로가 된 오늘이 더 행복한 건... 안 비밀 ㅎㅎ.

돌아오는 8월이면 우리도 곧 만 3년 차 부부가 된다.


그 전에 오늘은...

“Today, We ar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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