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옳은 ep.27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정도로 커피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질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처음 발견될 때만 하더라도 ‘신비의 열매’라 칭하며 희귀했지만, 이제는 대량 생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한 블록 당 하나씩은 카페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있는 편이다. 프랜차이즈부터 시작해서 꽤 많은 종류의 커피숍들이 우리의 눈과 코를 자극하고 있다.
이렇듯 커피숍이 우후죽순 많아짐에 따라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커피의 맛을 즐기기보다는, 사람들의 선호도가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각기 달라진 입맛을 맞추기 위해 커피의 맛에 조금 더 오롯이 집중하여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커피에 대한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이와 더불어 수많은 카페 중 커피의 맛을 잘 살림과 동시에 인테리어까지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스몰카페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커피는 6~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 먹고 흥분하여 날뛰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칼디도 이 열매를 먹어보게 됐는데, 먹음과 동시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을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전달하였고, 수영에 도움이 되는 신비의 열매로 알려지면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커피의 대표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농부들이 자생하는 커피 열매를 끓여서 죽이나 약으로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집트, 시리아, 터키로 전해지게 됐으며, 13세기 이전까지는 성직자만 마실 수 있는 아주 귀한 음료였다.
귀하디 귀하기에 이슬람 세력의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12~13세기에 걸쳐 십자군 전쟁이 발발하며 유럽 십자군이 커피의 맛을 알게 됐고, 나중에는 일부 귀족들과 상인들을 중심으로 커피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유럽의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들고 커피를 대량 재배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현재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아마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에는 1896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고종 황제가 처음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지며, 민간에서는 독일인 손탁이 정동구락부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그 뒤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군 부대에서 원두커피, 인스턴트 커피들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아마 처음 고종 황제가 먹을 때만 하더라도 커피의 맛이 나뉘어져 있었을까 싶지만, 커피는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뀌게 된다. 과거만 하더라도 커피의 맛에 대해서 논하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커피의 미세한 맛까지도 잡아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 마시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오픈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으나, 이미 SNS를 통해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키헤이’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남서부 해안의 작은 마을의 이름으로, 키헤이커피 오너가 하와이 갔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은 그 곳을 카페의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찬란한 햇빛이 비춰지고, 해변가의 모래는 반짝거리며, 바닷물이 일렁이는 낭만이 있는 곳을 한국에 가져왔다.
화이트, 우드의 기본 인테리어에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가 있어 훨씬 더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연출돼 있다. 어수선하게 아이템들이 진열돼 있는 것보다는, 보다 미니멀한 감성이 돋보이고 있어 훨씬 더 편하게 쉴 수 있다.
이 곳의 히트 상품은 필터 커피. 그 중 케냐 키부쿠 워시드는 적당한 산미와 단 맛이 느껴지는 커피로, 케냐 특유의 바디감까지도 느낄 수 있으니 참고해보자. 만약 케냐와는 반대로 풍성한 과일향과 꽃향, 산미까지 느껴보고 싶다면 에티오피아 고레 다코 워시드를 권장한다.
필터커피 외에도 키헤이커피를 대표하는 ‘세이 커피(SEY COFFEE)’가 있는데, 본사가 뉴욕에 있는 로스터리의 원두를 사용해서 내리는 커피라고 하니 한 번 접해보는 것도 좋겠다.
Address: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78길 15, 101호
Time: 평일 08:30 – 18:30 / 토 12:00 – 18:30 (일요일 휴무)
아인슈페너 맛집을 찾고 있다면 마아트 커피 브루어스를 추천한다. 이 곳은 4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성동구 성수동2가 주민이라면 다 안다는) 한양슈퍼 자리에 새롭게 오픈한 카페다. 그래서인지 메뉴판을 보면 ‘한양슈퍼커피’가 있다. 아마 그 슈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이지 않나 싶다.
오래된 슈퍼가 있었다는 건 사실 건물 자체가 노후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레트로적인 무드를 한껏 반영하여 리모델링 했기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트렌디함까지 챙기는 인테리어를 마주볼 수 있게 된다. 건물이 노후됐다고 해서 매장 내부가 절대 지저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쾌적함을 한껏 느낄 수 있기에 두려워 하지 않아도 좋다.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액자가 전반적인 매장의 분위기를 훨씬 더 감각적으로 만들어준다.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마아트커피와 한양슈퍼커피로, 마아트커피에는 에스프레소와 수제 바닐라빈, 우유, 생크림이 들어간다. 한양슈퍼커피는 에스프레소, 사탕수수설탕, 우유가 들어간다. 즉, 전자는 아인슈페너, 후자는 라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될 것 같다.
이 곳 메뉴판은 음료에 들어간 모든 재료를 기재해두기에 사실상 이름만 보고서 도대체 어떤 음료인지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는 친절함이 숨어 있다. 커피를 즐기고 싶어 이 곳을 방문했다면 두 가지 시그니처 커피 모두를 즐겨보는 것이 좋다. 아인슈페너 특성상 단맛이 강해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이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라떼는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곳의 커피는 약간의 단맛과 산미가 들어가는 느낌으로 고소함까지 느낄 수 있다.
Address: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4길 9, 1층
Time: 평일 08:00 – 19:00 / 주말 10:00 – 19:00
호주 멜버른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 ‘스몰배치’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 지난 2021년 9월 오픈한 따끈따끈한 카페로, 에스프레소 원두, 필터 원두,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 필터 메뉴가 나뉘어져 있다. 특히 현재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두에 대한 플레이버 및 컵노트가 원두 이름 하단에 적혀 있기에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영어로 돼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직원에게 좋아하는 커피 취향을 이야기하면 이에 맞는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추천해주니 안심하자. 참고로 원두는 시즌마다 바뀔 수 있기에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 원두 라인업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내부의 경우 의외로 넓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이 항상 많기에 그렇게 좁아 보이는 느낌은 아니다. 모던한 느낌의 아이템들을 많이 배치돼 있기에 훨씬 더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외관에도 먹고 갈 수 있는 캠핑 의자가 놓여져 있는데,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단연 뒤떨어지지 않는 모던함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곳의 원두는 전 세계 소작농과 직접 거래를 통해 얻은 제철 생두만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로스팅하여 커피를 만들기에 원두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커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의 시그니처는 ‘배치 크림’. 플랫화이트 위에 달고 짭짜름한 카라멜 크림이 올라가 있어 커피의 맛과 우유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다. 원두의 맛은 선택하는 원두마다 다르겠지만, 산미의 정도에 따라 나눠 두었다고 하니 참고하자.
Address: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6-7
Time: 평일 10:00 – 17:30 / 토 11:00 – 18:00 (일요일 휴무)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라떼 맛집. 보통 음식점이지 않고서야 웨이팅이 있는 카페는 거의 없지만, 이 곳은 웨이팅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면 독특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는 따로 없지만, 바깥에 박스를 쌓아 두어 그 곳에서 앉아 먹을 수 있게끔 돼 있다. 물론 이 또한 자리가 그렇게 넓진 않다. 내부가 협소하기에 앉아서 느긋하게 먹기보다는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매장 앞에는 나무 간판이 놓여져 있는데, 이 간판 하나만 봐도 카페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파악할 수 있다. 앤티크하면서도 작은 공간에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을 배치하여 소중한 나만의 아지트 카페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해두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엔티크하진 않고, 카운터 아래 힙한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는 점을 봤을 때 또 트렌디하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 곳에는 필터 커피, 에스프레소 커피가 나뉘어져 있으니 취향대로 마셔보자. 시그니처 커피는 배치크림. 플랫화이트 위에 솔티드 크림과 캬라멜이 얹어진 메뉴로, 밀도 높은 크림이 커피의 쓴 맛을 융화시켜 단짠의 정석을 보여준다. 다만 조금 늦게 방문하면 쉽게 매진될 수 있으니 일찍 가서 주문해야 한다. 커피를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블랙이나 필터 커피를 주문해보자. 원두마다 다르겠지만 산미가 다소 있는 편이라고 하니 고를 때 참고하면 좋겠다.
Address: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43, 1층
Time: 평일 08:30 – 17:00 / 토 10:00 – 18:00 / 일 12:00 – 18:00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까지 한, 진한 맛의 드립 커피가 인상적인 곳. 매장에서 직접 원두를 볶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스페셜티 커피계의 전설이라 불리고 있다. 심지어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여기로 가는 게 맞아?’라고 생각이 들 때쯤 헬카페 로고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어 빠르게 지나치면 아마 놓칠 수도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극한으로 이야기 하여 80~90년대 감성까지 느낄 수 있을 수도.
메뉴판도 요즘 스럽지 않고, 인테리어도 절대 요즘 느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 인테리어에서 느낄 수 있는 향수가 있어서지 않을까 싶다. 은은한 꽃들도 화병에 꽂혀져 있기에 눈 감고 감성을 느껴보아도 좋다.
시그니처 메뉴로는 클래식 카푸치노가 있으며, 드립 커피도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드립 커피의 대부분은 강배전 방식으로 내려지고 있으며, 산미가 적고 바디감과 쓴 맛이 강한 편이니 참고해보자.
클래식 카푸치노의 경우 플랫 화이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잔뜩 올라가 있어 진한 커피의 맛과 우유의 고소함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다소 쓰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우유와 함께 마시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커피를 즐기면서 매장 안에 있는 레코드판을 틀어 달라고 요청하면 틀어주시니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Address: 서울 용산구 보광로 76, 1층
Time: 평일 08:00 – 22:00 / 주말 12:00 – 22:00
우리의 삶에서 더 이상 빠져서는 안 될 ‘인생 포션’ 커피. 사람의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커피의 맛도 어떻게 볶느냐, 어떤 재배 방식을 진행했느냐, 어떤 곳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다르다. 예상컨데, 커피는 음료를 제공하는 카페의 오너의 성향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 않나 싶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카페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저~기 지도 끝 구석에 있는,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곳에서도 이미 카페가 있다. 그 정도로 우후죽순으로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 내공 있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아닌,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카페나 인테리어만 잘 해둔 그저 그런 카페들이 점령하고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 카페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대중적인 카페보다는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고 오롯이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카페를 한 두 곳 정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미 커피 애호가라면 단골 카페가 있겠지만, 매일 같이 가는 단골 카페 외에도 새로운 리스트업을 짜서 신선한 커피의 맛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색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카페를 통해 본연의 맛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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