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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에게나 옳은 Feb 09. 2023

공간 탐험: 덩달아 비밀스러워지는 공간, 무양주택

누구에게나 옳은 ep.3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 어떤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색감 혹은 밝은 조명이 눈 안에 가득 들어와 에너지를 얻게 된다. 잔잔한 음악과 고의로 어두컴컴하게 한 조명 아래에선 어쩐지 위로를 받게 된다. 또 어떤 공간은 아릿한 추억을 강제로 소환한다. 

출처 : 무양주택 인스타그램

문득 조금 다른 공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맛이 검증된 곳 몇 군데만 주구장창 다니는 편이지만, 그냥 그날은 그랬다. 온종일 일한 나에게 보상하듯 거하게 삼겹살 한 판을 먹은 뒤였다. 여기에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릴 수 있는, 그런 생기 한 방울 떨어뜨리면 오늘 하루도 멋진 하루라 다이어리에 적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화도 시킬 겸, 무턱대고 멀리 가고 싶었다. 뭐든 천천히 느릿느릿 생기는 어느 고즈넉한 풍경에서 여유로운 커피 맛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가게 된 경상도 상주의 카페, 무양주택. 2시간을 달려 도착하여 한눈에 카페를 알아봤다. 저 예쁜 집이 무양주택이구나.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향이 났다. 신선한 원두가 분명하다, 이 냄새는. 주문하고 공간을 둘러봤다. 주택을 개조한 공간은 비밀장소처럼 공간이 여기저기로 나뉘어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다락방 공간도 있었고, 몇 계단 내려가야 하는 지하공간도 있었다. 예쁘고 아늑하고 따뜻한 그런 느낌이었다.

출처 : 무양주택 인스타그램

주택을 개조한 만큼 그리 넓진 않지만 여기저기 꼼꼼하게 시선을 두느라 꽤 오래 구경을 했다. 원래 주택이었고, 주택은 본래 여러 개의 방이 있지 않나. 무양주택은 그 방들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강화했다. 그래서 그 방들은 비밀스러운 담소 공간이 됐다. 가장 눈이 갔던 공간은 다락방이었다. 서너 개의 계단을 올라가 다락방에 들어가면 허리를 다 펴지 못하고 앉아야 하는 공간이 나오는데, 그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은 컸다. 옹기종기 웅크리고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는 더 따스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곳에 자리 잡고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계속 곁눈질로 다락방 쪽을 쳐다봤지만, 역시 인기있는 공간인지 도무지 자리가 나지 않았다. 


출처 : 무양주택 인스타그램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만든 건 물론이고 공간을 채운 요소들도 개성있기 때문이다. 테이블과 의자들 중에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 다른 모양새라 오히려 이곳만의 통일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소중한 이들과 와서 조용히 노닥이다가 가고픈 곳. 카페 중에서도 어느 카페는 시끄럽게 이야기해도 될 것 같은 곳이 있고, 어느 카페는 속삭여야만 할 것 같은 곳이 있는데, 이곳은 후자다. 비밀공간 같은 곳이니까.


 이제 카페의 본질인 커피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예찬론자이다. 오면서 이곳을 검색을 했을 땐 원두 타입이 두 가지였는데, 주문하려고 보니 한 가지라고 한다. 아마도 산미 있는 원두는 인기가 없어서 단일 메뉴가 되었나 보다. 한 모금 마시자 예상했던 대로 신선한 원두 맛이 느껴졌다. 기대했던 만큼 느린 풍경 속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렇게 한동안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다.

출처 : 무양주택 인스타그램

커피를 마시고선… 아니 공간을 탐닉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테다. 공간 곳곳을 눈에도 사진에도 담고 커피향을 가득 들이마셨으니까. 그러느라 거의 그대로 남아버린 커피는 테이크아웃잔에 옮겨 들고 나왔다. 주택을 개조했지만 모든 테이블과 의자가 똑같았다면. 화장실은 보통의 화장실과 같았다면. 독립서점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책이 아닌 베스트셀러가 놓여 있었다면. 뭐 하나만 달랐어도 이곳이 내 마음에 닿지 못했을 텐데. 입구부터 시작해서 이곳의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출처 : 무양주택 인스타그램

까탈스러운 커피애호가로, 가끔 일부러 시간을 들여 먼 곳으로 가고 싶을 때, 이곳을 떠올려도 좋다. 무양주택은 커피가 맛없다고 해도, 인테리어만으로 커피 맛집이 될 수 있는 그 정도의 공간이니까. 여기에 커피를 좋아한다면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권한다. 예쁘고 아늑하고 따뜻한 비밀공간에서 조금은 비밀스러워지는 것도 괜찮을 거다.


2023.02.09. 커피향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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