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시나요?
저는 어릴 때 부터 참 예민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낯가림도 심하구요. 제 기억 속 8살의 저는 엄마 뒤에 숨어서 어른들을 지켜보곤 했습니다.
'너 어릴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 줄 아니?'
등센서가 유달리 발달했던 탓인지 또는 약간의 낯섬도 견디기 힘들어서 인지, 그렇게 울어댔다고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나아졌을까요? 아뇨. 참 반전이라고는 없게도, 저는 아직도 낯선 공간, 낯선 냄새, 낯선 사람 모두 힘들어 합니다.
모든 감각들이 예민해서 그런지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너무 많은 것이 변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너는 너무 예민한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두르시곤 했죠. 그래서 저는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예민한 제가 참 싫었습니다. 조금만 뭔가 달라져도 섬세하게 느껴서 쉽게 피곤해지거든요.
그런데 웃기게도, 제가 요즘 조금 달라진 듯 합니다. 물론 제 오감은 아직도 건재하게 예민합니다. 하지만 요즘 제 예민함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민함을 잘 다루게 되면 일상이 얼마나 풍부해지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마도 1g 정도... 저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각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요. 이 중에서 저는 유독 남다른 미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제철 맛을 알아요. 알맞은 계절에 제철음식을 먹게 되면 대체로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시나요? 겨울 무, 겨울 굴, 겨울 가리비... 지금 잠깐 생각해보아도 겨울만이 낼 수 있는 '단맛'을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을 생각하면 딱 갓 나온 어린 잎이 낼 수 있는 여린 '쌉싸름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 계절이 바뀌면 회사 동료, 친구들을 이끌고 제철음식을 먹으러 가요.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이 맛을 중점적으로 느껴보라면서 오지랖을 떨곤 합니다. 감사하게도, 제 주변사람들이 새로운 제철음식의 맛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이야기 해주었어요. 이건 제 미각이 예민한 탓에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거니까, 오히려 예민함 덕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 미각의 예민함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한번은 더 즐거워졌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고백하자면, 30년이 넘도록 제 자신이 못나보였고, 부족해보였고, 예민해서 싫었습니다. 왜 다른 사람들 처럼 그냥 무던하게 넘어가면 될 일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지 이불 속에 파묻혀 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예민함이라는 칼을 잘 못쓰고 있던 것 뿐이더라구요. 문구점 칼, 재료 다듬는 칼 등 각자의 용도가 있는데, 제 예민함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마음 속만 박박 긁어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세상에 계신 많은 예민이 분들, 이참에 어제보다 오늘 하루 딱 1g만 더 자신의 감각을 사랑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