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어?
집에 돌아와서 밥을 짓는다. 밥을 짓는다는 것은 꽤나 숭고한 일이다.
햇반이라는 현대문물의 편리에도 불구하고 매번 햇반을 깔 때, 한끼 때운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취생 전용 밥솥만 쓰다가 초고압이 된다는 비싼 밥솥을 집안에 들였다.
쌀을 씻을 때는 쌀을 씻는 행위 자체에 집중을 해본다.
쌀독 안에서 한 컵, 두 컵
물에 쌀을 헹구면서 뽀도독, 뽀도독
그 소리에 집중을 해본다. 쌀을 씻는 손길 하나하나가 나 자신을 위한 것인 마냥. 밥솥에 내솥이 덜그럭 들어가는 소리, 밥솥 추가 돌아가는 소리…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하고 있다. 마음 속 당신에게 맛있는 쌀밥 한번 먹이고 싶어서.
요즘에는 쌀 자체가 흔해졌다. 우리 할아버지는 일 평생을 벼농사를 해오셨는데, 그래서 농사꾼이 가진 '쌀에 대한 인생관'을 지켜봐왔다. 댁에 놀러가서 함께 식사를 하면,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는 한톨의 밥알도 남기지 않으신다. 당신이 아파도, 입맛이 없어도 숟가락으로 끝까지 긁어서 드셨다. 요즘엔 밥을 남기는 일이 너무도 흔한 일이다. 나 역시도 자주 남기곤 하지만… 그래도 밥을 지을 때만큼은 할아버지의 쌀에 대한 곧은 생각을 생각하며 밥 짓기에 집중해본다.
잘 씻은 밥을 전기밥솥에 넣어 취사를 누르면 전기밥솥의 추가 돌아간다.
취,취,취,취, 취,취,취,취…
시간이 지나 증기가 빠지면 그 증기 속 갓지은 밥 냄새가 집안가득 퍼진다. 뜸들임이 지나고 밥이 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그 따뜻한 밥 한공기 푸고, 김, 김치, 참치를 식탁에 올려두고 한입 가득 먹자. 다른 화려한 국과 반찬은 다음에 힘이 있을 때나 하고, 딱 갓나온 밥 숟가락 입에 넣어 호호 거리면서 입안의 열기를 느껴보자.
너 오늘 고생 많았다.
밥알 하나하나의 쫀득함과 달큰함을 느끼면서.
밥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당신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임을, 진심으로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