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답을 알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끝날 글임을 알고 씁니다.
국어 교과서에 더러 나오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헌신적이고, 듬직하고, 강인하게 표현됩니다.
저는 아버지를 그런 모습으로 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아버지를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좋게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불치병인 파킨슨에 걸리신 지금 많이 걱정이 됩니다. 실은 가끔 일부러라도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합니다.
아버지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던 저지만, 정말로 아버지가 없어진다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게, 일부러 그런 상상을 하는 듯합니다.
제주도로 떠나는 공항에서 아버지가 약을 안 먹으려 약통을 집에 두고 오셨을 때, 그 인파 속에서 속상한 마음에 아버지에게 큰 소리를 쳤습니다.
아버지도 저한테 좋은 날 왜 그러냐며 호통을 치셨을 때 저는 마음이 더 크게 아팠습니다. 실은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적이 아버지에게 잘 없었습니다.
예전엔 아버지 호통소리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들었던 호통은 너무 힘이 없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거 같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몸이 많이 안 좋구나. 이 병은 불치병인데 어쩌지"
여전히 이 걱정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버지의 삶을, 마지막을 존중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왜 쓰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에게 하지 못하면 후회할 말을 적어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번 제주도 카페에서 카드에 적은 내용처럼 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영향받으며 사는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나름 잘 자란 이유는 부모님 덕분입니다. 아버지 덕분입니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장기를 둘 때, 저를 이기시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저에겐 보람차고 좋은 날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면 아버지를 참 사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 세계 어떤 남자보다 아버지를 가장 사랑합니다.
꼭 건강하셔서 오래 저와 장기 둬주시길 바랍니다. 일본도 곧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