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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08. 2022

그날의 나에게로 데려가주네

[음악 #1.] 추억의 주크박스


추억의 주크박스


잔잔해 보여도 좋은 것에 대체로 거침없는 편이다. 고로 꽂히면 서로를 알아보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Teach Me Tonight'과 나, 우린 그렇게 만났다.  




#1. Teach Me Tonight by Dinah Washington

내 나이 스무살. 어엿한 어른이지만 통금 아우 같은 것이 있었다. 막연한 통제가 아닌 부모님의 걱정을 이해했고, 기본적으로 충만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자랐기에 가끔은 불편해도 큰 불만은 없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뒤풀이에서 1등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공연의 감흥을 오래 끌어안고 싶었기에 빨리 찾아온 밤도 밀당하듯 오지 않는 봄도 야속했다.

시린 발 동동 버스를 기다리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 따라 직진 본능. 홀린 듯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훅 안기는 커피 향이 노곤하니 포근했다.

커피를 주문한 고객도 아니요, 일면부지의 알바생분에게 노래 제목부터 물어보고는 커피 향 어택에 그대로 음멍에 빠져버렸다.

- 그래, Dinah WashingtonTeach me tonight이었지...

겨울 밤, 낯선 정류장과 대비되는 온기의 카페, 차분한 커피 향과 너무도 잘 어울리던 명곡이었다.


The sky's a blackboard high above you. If a shooting star goes by.                           I'll use that star to write 'I love you'.           
A thousand times across the sky ♬~
Teach me tonight by Dinah washington (출처: Classic Mood Experience Youtube)




#2. Just the two of us by Bill Withers

내 나이 초딩. 꿈나라 준비물로 머리맡에는 늘 라디오와 스탠바이 중인 검은색 공테이프가 꽂혀 있었다. 꿈나라 직전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마음에 드는 음악을 성실히 기록한 결과 중딩 무렵 내 취향의 녹음테이프만 백여 개에 달했다. 그리고 여전히 말하지만, 라디오의 진수는 낮보단 밤이다.

그중에서도 내 첫사랑은 어슴푸레 새벽에 만난 <Just the two of us>. 오렌지빛이 감도는 스탠드 조명이 잠결에 어우러져 꼭 춤추는 기분이 들게 했다.

꿈속같아도 녹음 버튼으로 곡을 사수하고, 다음 날 제목을 발견하는 잔재미도 좋았다.

그렇게 만난 나 첫사랑 <Just the two of us>.

- 그날 넌 찐이었어. 그중에서도 Just the two of us는 Bill withers 할부지가 찐이지. 잊지 못하지...


I see the crystal raindrops fall.  
And see  the beauty of it all.
Is when the sun comes shining through.
To make those rainbows in my mind.
When I think of you some time.
And I want to spend some time with you~ ♪
Just the two of us vy Bill withers (출처: Bill Withers Youtube)

이 밤 그날의 노래가 또 나를 추억으로 데려간다.

조곤조곤 추억을 흥얼거리니

이 밤이 춤추고, 내 마음도 날개 돋고, 추억 그 맛 한 번 참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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