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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13. 2022

기호와 배려

그것은 한 끗 차이  

한바탕 시끌했던 선거가 끝났고, 차분하니 봄비가 내린다.

비 예보를 듣긴 했지만 빗소리에 눈뜨고 빗소리 들으며 아침 커피를 즐기니 제주에 있는 거 같았다.

난 햇살 좋은 날 못지않게 비를 좋아한다.

I think I like when it rains by WILLIS (출처: WILLIS Youtube)

그중 봄비는 비계(雨界)의 다이아몬드다. 특히 오늘처럼 실비가 오는 날은 숲에 있거나 비멍도 좋다.

한 번은 중학교 여름 하굣길에 비가 쏟아졌는데, 친구들이랑 신나서 온몸으로 비 맞고 교복 쫄딱 적셔 집에 온 적도 있다. 더욱이 오늘처럼 휴일에 봄비가 와주니 두 팔 벌려 웰컴이다.  

차분하게 봄을 시작하며 새로운 정부에도 기대를 가져본다.


난 천주교라는 종교가 있고, 내가 고른 예쁜 세례명도 있지만 사람들과 나누지 않는 화두 중 '종교와 정치'가 있다. 종교와 정치 모두 개인의 취향이라 생각한다. 확고한 신념 역시 개인의 선택이고 기호다.

자신의 종교를 권하거나 자신의 정치색을 대화의 틈에서 드러내는 사람들도 실례 같다.

'난 A보다 B를 좋아해' 라고 말할 순 있어도 '난 A만 좋고 B는 싫어' 라고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건 배려 없는 자기 강요일 뿐이다.


가끔 택시를 타면 내가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치 이야기로 말을 거시는 기사분들이 있다. 문제는 '아, 네..' 대답을 해 드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꼴, 이놈 저놈'에 이르러 동조까지 바라는 경우다.

예전에는 상대가 무안할까 싶어 영혼 없는 대답이라도 끝까지 했는데, 이젠 나도 세상물 좀 먹고 능글한 면도 생겨 '아.. 그러시겠네요..' 몇 번 상대해드리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핸드폰을 꺼내고 이어폰을 꽂는다. ‘이제 전 저의 세상으로 갑니다. 그러니 그만해주세요..' 하는 암묵적 거리두기다.


얼마 전에는 매거진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페친 한 분의 관계를 끊었다.

선거 전에도 타 후보에 대해 입에 거품 물고 비방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결과 이후 비방은 분노를 물고 더 거세져있었다. 같은 류의 날 선 글들에 눈이 피로하고 지쳐 읽지 않고 조용히 팔로우를 끊었다. 그분에게 더는 배울 게 없을 거 같았다. 배우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난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지속 가능한 삶에는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인간, 동물, 자연 ...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 역시 있다.

정치에도 기호보단 배려의 바람이 불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맞이 할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길 바란다.  

어찌 되었든 난 올해 희망을 본다.

당선인님, 지친 국민들 앞으로 커 갈 우리 아이들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어주세요. Peace~!


#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 오늘의 추천 BGM

A Flat by Black Violin (출처: Black vilion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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